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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녀를 구해야 할까요
이영진 사진 오계옥 2013-01-15

<집으로 가는 길> 방은진 감독

출연 전도연, 고수 / 제작 다세포클럽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개봉예정 하반기

2004년 10월, 주부 장미정씨는 파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남미에서 만난 지인은 금강석 원석을 대신 프랑스로 옮겨주면 400만원의 수고비를 주겠다고 했다. 그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심지어 지인과 가까운 이도 그녀와 동행했다. 의심을 품을 처지는 아니었다. 뭣보다 장씨의 생활이 빠듯했다. 그녀는 일주일 공짜 여행하는 셈치고 심부름을 맡았다. 하지만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상황이 바뀌었다. 그녀가 운반한 여행용 가방에서 다량의 코카인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장씨는 영문도 모른 채 수갑 찬 범죄자가 됐고, 한국에서 무려 1만6천km 떨어진 카리브해 마르티니크 섬의 감옥으로 이송됐다. 지구 반대편의 감옥에서 그녀가 걸어나오기까지는 무려 2년6개월이 걸렸다.

<집으로 가는 길>은 <추적 60분-나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편을 통해서 세상에 알려진, 장씨의 억울한 사연을 소재로 한 휴먼드라마다. “도대체 왜 그녀는 가방을 들었을까.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의 감옥에서 그녀는 어떤 일을 겪었을까. 왜 그녀는 자신을 변호하지 못했을까. 누명을 벗었는데도 왜 그녀는 2년 넘게 감금당해야 했을까. 그동안 한국 정부는 뭘 하고 있었을까.” 지난해 <용의자X> 촬영 중에 서영희 프로듀서로부터 장씨의 기구한 스토리를 전해 들었다는 방은진 감독은 “한 여성의 곤란이나 가족의 부재 같은 이야기에 자주 끌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여성 혹은 가족, 더 나아가 사회 시스템에 대한 분노는 방은진 감독이 전작 <오로라공주> <용의자X> 등에서 드러내고자 했던 관심과도 일정하게 상통한다.

가족과 떨어져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정연 역은 전도연이, 정연의 남편 종배 역할은 고수가 맡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캐스팅을 둘러싼 온갖 추측성 기사들이 끊임없이 나온 것을 두고 방은진 감독은 “극중의 두 인물 모두 감정의 그래프가 전쟁을 치르는 것처럼 격렬하기 때문에 많은 배우들이 관심을 표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감독보다 배우가 인물에 대해 고민을 더 많이 한다. 그래서 현장에서 배우의 고민을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 듣고 나서 ‘네 말이 맞아’라고 상기해주고, 북돋워주는 편이다. 물론 놓치는 것도 있다. <용의자X> 때도 (배우에게) 말린 적이 있다. ‘더 가보자’, ‘여기서 멈추자’, 이번엔 명확하게 요구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4월 중순이면 카리브해가 우기에 들어가는 터라 <집으로 가는 길>의 국내 촬영은 적어도 1월 말에는 들어가야 한다. 빠듯한 일정을 감안하면 그동안 손발을 맞춰왔던 스탭들을 기용하는 것이 순리일 텐데 방은진 감독은 일부러 편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모개 촬영감독, 김준성 음악감독 등 이전에 작업한 적 없는 스탭들이 대부분이다. “친구들과 영화를 찍으면 일장일단이 있다. (웃음) <집으로 가는 길>은 메인 스탭은 물론이고 연출부까지 모르는 이들과 같이한다. 그들 안에 나를 던져보고 싶다. 감독으로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지 없는지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거다.” 지난해 말 마르티니크 현지 로케이션 헌팅과 프랑스 배우 오디션까지 끝낸 방은진 감독은 “아무나 겪을 수 없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의 동의를 얻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카브리해 외딴섬에 갇힌 아내를 구하라

조그만 카센터를 차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연은 엄청난 빚을 떠안게 된다. 남편 종배가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고향을 찾은 종배는 프랑스에 원석을 운반해주면 400만원을 주겠다는 후배 문도의 제안을 덜컥 받아들이지만, 며칠 뒤 정연과의 말다툼 끝에 집을 나가버린다. 밀린 월세 걱정에 정연은 종배 대신 문도의 원석 심부름을 대신하기로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파리 오를리 공항에 도착한 정연의 여행용 가방에선 33kg 상당의 코카인이 발견되고, 정연은 외딴섬 마르티니크의 교도소에서 갇힌다. 한편, 종배는 자신 때문에 고통받는 정연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지만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다. 문도를 검거하기 전에 정연이 한국으로 돌아올 수 없음을 알게 된 종배는 직접 문도를 잡으러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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