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성> 이후 차곡차곡 작품이 쌓이고 있다. =가끔 인터넷으로 이름도 쳐보고 내가 했던 것들을 찾아보는데, 2012년을 게으르지 않게 보낸 것 같아 뿌듯하다.
-기사 검색은 자주 하나. =나에 관한 어떤 기사가 나오는지 살펴보는 정도다. 내가 어떤 얘길 듣고 있는지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고보면 안티팬이 없는 것 같다. =편하게 생각해주는 것 같다. 옆집에 사는 친근한 총각 같아서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 놀랐던 게 연말에 (연기)상 못 받은 걸로 그렇게 위로를 많이 해주시더라. 난 괜찮은데.
-1월1일엔 뭐했나. =(송)중기네 집에 계속 있었다. 같이 점심 먹고, 저녁엔 떡국 먹고. 둘 다 말이 많은 편이 아니라 만나면 각자 자기 할 일 하고 그런다.
-송중기와는 <런닝맨>을 하며 친해진 건가. =그때 처음 만났다. 서로 성격이 달라서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둘 다 처음하는 예능이라 서로 의지도 많이 했고.
-<마이 리틀 히어로>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굉장히 집중해서 읽었다. 김래원 형과 이성민 선배님과도 꼭 한번 같이 연기해보고 싶었다.
-<마이 리틀 히어로>의 정일은 이광수의 예능 이미지를 참고해 만든 캐릭터 같았다. 어수룩한 면도 있고 유일한 감독에게 비굴하게 빌붙는 모습도 그렇고. =대본에 충실했다. 워낙 처음부터 정일이란 인물이 나한테 잘 맞게 그려져 있었다. 물론 작가님이 나를 생각해서 정일이를 만든 건 아닐 거다. 그리고 영화에서 보여준 정일의 비굴함과 <런닝맨>에서 내가 보여주는 비굴함은 다르다. 정일이는 연기에 대한 꿈과 열정이 있지만 사실 그 꿈을 이룰 만큼 실력이 뛰어나진 않다. 주변에서 무시도 많이 당하고 항상 주눅이 들어 있다. 하지만 꿈이 있기 때문에 유일한 감독에게 조심스레 부탁도 하고 그러는 거다.
-영화를 보고 이렇게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 참 오랜만에 본다는 생각을 했다. =촬영할 때 내 위주로 촬영할 때가 있고 내가 백으로 걸릴 때도 있는데, 사실 앞에 있건 뒤에 있건 정일이는 그저 자기의 인생을 살고 있는 거다. 앞에서 연기하는 배우가 있다고 해도 그 배우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정일이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오디션 현장의 방청석에서 응원을 할 때도, 그 수많은 방청객 중 가장 열심히 응원을 하는 것 같았다. =감사하다. 그런데 혼자 튀는 것보다 사람들과 잘 섞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연기의 강약 조절, 그 수위를 잘 지키고 싶은데 사실 어렵다.
-희석(이성민)과 함께 유일한의 집에 찾아가 거실에서 얘기를 나누는 아주 평범한 장면에서도 디테일한 연기가 돋보였다. 의자 팔걸이에 걸터앉으려다 엉덩이가 미끄러지는 상황을 연출했는데, 센스가 좋은 배우구나 싶었다.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든 장면이다. 시나리오만 봤을 땐 현장에 어떤 의자가 있을지, 어디에 어떻게 의자가 놓여 있을지 모르잖나. 리허설하면서 이것저것 활용해보는 거다. 그건 현장이 편하고 내가 자유로울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이번 현장은 너무 편했다. 이 안에서 내가 어떻게 더 잘 놀 수 있을까 고민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이성민 선배님도 자신을 때려도 좋고 막 대해도 좋으니까 편하게 연기하라고 말씀해주셨다.
-타이트한 썬더맨 복장 때문에 바지를 엉거주춤 붙잡고 있는 장면도 재밌었다. 시나리오엔 그런 자세한 지문까진 없었을 텐데. =썬더맨 복장을 하고 와이어를 탔는데 진짜 아프더라. 와이어는 예전에 광고 찍을 때 잠깐 경험해본 적 있는데, 이번처럼 팬티식으로 와이어를 맨 건 처음이었다. 음… 남자들은 엄청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리허설을 하면서 깜짝 놀랐다.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르게 아프더라. 그렇게 해서 리허설 때 나온 동작을 촬영 때 썼다.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복장이 거부감없이 잘 어울린다. 혹시 썬더맨 복장 입었을 때 희열을 느꼈나. =이거 칭찬인가. (웃음) 사실 특이한 걸 좋아한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또 더 좋다.
-실제로 열아홉, 스무살 때 극단에서 아동극을 한 경험이 있던데. =촬영 들어가기 전에 영화 속 썬더맨 단원들하고 뮤지컬 장면을 몇 신 짰다. 그때 예전에 아동극 했던 게 은근히 도움 되더라. 당시 아동극 했을 때도 영화 속 상황과 비슷했다. 그때 내가 맡은 건 <오즈의 마법사>의 허수아비 역이었다. 처음 <마이 리틀 히어로> 시나리오 읽었을 때 당시 생각이 많이 떠올랐다.
-<마이 리틀 히어로>의 영광을 연기한 아역배우 지대한군이 좋아하는 영화배우로 이광수를 꼽았다. =크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질 거다. (웃음) 대한이는 하는 짓이 너무 예쁜 아이였다. 주인공으로 연기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잘 소화해줬다. 촬영 몇 개월 전부터 대한이가 춤과 노래와 연기를 준비했는데 그걸 촬영 때마다 쪼개서 보여줘야 하잖나. 부담스러웠을 거다. 그래서 긴장감을 풀어주려고 했다. 딱히 내가 뭘 해준 건 없다. 대한이가 날 많이 챙겨줬다. 대한이도 나를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고.
-어느 순간 편안함을 넘어 만만한 사람이 된 건가. =어느 순간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랬다. 그런데 내가 낯을 많이 가려서 상대에게 잘 다가가질 못한다. 상대가 날 편하게 생각하고 먼저 다가와주면 그것만큼 고마운 게 없다.
-<…착한 남자>에서의 정극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그동안은 코믹한 캐릭터를 주로 맡았는데 <…착한 남자>의 대길은 부러 웃기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걱정보다 욕심이 컸다. 나를 믿어준 이경희 작가님에겐 지금도 참 고맙다. 그리고 전체 극에 잘 묻어가고 싶었다. 진지하고 심각한 장면인데 나로 인해서 웃음이 터져버리면 안되니까. 내가 진지한 연기를 했을 때 보이는 그대로 진지하게 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느꼈을 땐 자신감도 좀 생겼다.
-<런닝맨>엔 계속 출연할 생각인가. =그러고 싶다. 처음에는 예능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프로그램에 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소심해지기도 했고 주눅들어 있었던 것도 같다.
-지금은 알을 깨고 나왔다. =많이 편해졌다. 방송을 보면 이젠 내가 즐기고 있고 놀고 있는 게 보인다.
-유재석이 돌발적으로 만들어내는 상황극에 순발력있게 몰입하는 능력도 좋다. =<런닝맨> 할 때는 진짜 막 한다. 평소엔 생각이 많아서 많이 거르고 순화해서 말하고 행동하는데 <런닝맨> 할 때는 그러지 않는다. 내가 무슨 짓을 해도 형들이 다 받아주고 재밌어하고 예뻐해줘서 그럴 수 있다. 평상시엔 그렇게 못 살지. <런닝맨>에서 하는 것처럼 산다면 미친놈 소리 들을 거다. (웃음)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기와 언젠가 해보고 싶은 연기는 뭔가. =아직 내가 잘한다고 얘기할 만큼 잘하는 건 없지만 그래도 꼽아보자면 불쌍한 역할이다. 해보고 싶은 건 악역이다. 동정표를 얻을 수 있는 나쁜 사람. 지금 당장은 아니고 언젠가 악역을 해보고 싶다.
6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