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독일로 시집갈 뻔했다. 다른 건 몰라도 그랬다면 매일 물건을 사고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하는 갈등과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물론 그전에 우울증 걸려 노숙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 동네 반찬가게는 반찬을 스티로폼 래핑해서 진열해놓고 판다. 집에 있다 나오는 게 분명한 손님들 중에 그릇을 들고 오는 이는 드물다. 음, 거의 없다. 어쩔 땐 모두 포장돼 있어 할 수 없이 랩을 북 뜯어내 내 그릇에 담아주기도 한다. 큰 그릇에서 덜어 팔면 많이 번거롭냐고 사장님께 여쭸더니, 사람들이 딱 포장돼 있는 걸 선호한단다. 나물이며 국이며 “그때그때 담아주는 게 훨씬 맛있는데…” 하면서. 나름 발발 떨며 노력하지만 장만 한번 봐도 비닐이며 플라스틱이며 내가 만들어내는 쓰레기의 양이 상당하다. 한살림이나 생협 같은 매장조차 대부분의 물품을 개별포장해놓았다. 유통과 보관 편의는 고려할 수 있지만 연근 한 뿌리, 당근 세개, 감자 열알까지 포장된 채 가져가야 하나. 편리해서만은 아닌 것 같다.
유심히 관찰하고 탐문 취재한 결과 사람들이 개별포장을 선호하는 이유는, 손해보기 싫어서라는 점도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른바 ‘대형마트식 소비의 내면화’라고나 할까. 똑같이 담겨 있어야 믿음도 가고 안심이 된다는 거다. 적어도 손해는 보지 않는다는 거지. 그리하여 조합원이면서도 개별포장된 물품들을 들었다 놨다 그중 더 좋아 보이는 걸 고른다. 내가 좀 손해봐도 그만이라는 정서는 드물다. 더불어 살자는 협동조합원이면서도. 어디서부터 이 문제를 풀어야 하나 심란하다. 나나 잘하자 싶다가도, 이러다 세상이 어떻게 되나 싶다. 에휴. 독일로 시집갔다면….
안 그래도 박근혜 당선인 따라배우기에 마음이 부산스러운데 말이다. 환갑 때에도 그 정도만 버벅대고 그 정도의 피부상태와 남자들을 거느리면 얼마나 좋을까 싶거든. 특히나 그분의 에너지 효율 마인드! 해가 바뀌도록 며칠째 인수위 인사문제로 두문불출 칩거 중이란 소식을 들으니 거듭 존경스럽다. 화났을 때는 말을 하지 않고, 믿을 수 있나 없나로 사람을 평가하는, 언제 어느 자리에 있건 그 일관된 ‘최소 에너지 사용’이라니. 새해에 원전 3기가 가동을 시작하면 모두 26기. 원전 강국의 망상이 서슬 퍼러니 마음이 더 복잡하다. 이래저래 이 땅에서 사는 건 에너지 소모가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