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의 예상을 넘어선 흥행이 화제다. 많은 사람들이 그 이면을 읽어내고 있는데, 이번대선에서 좌절을 겪은 이들이 이 영화에서 어떤 희망을 발견하려 한다는 해석이 많다(이와 관련해서 이번호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를 꼭 보시길 바란다).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니 <레미제라블>이 힐링 효과 비스무레한 것을 발휘하는 건 확실해 보인다. 영화 한편이 뻥 뚫린 마음을 꾹꾹 메워주지야 못하겠지만 위안이라도 준다니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건 영화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최대치인지도 모르겠다.
2013년의 한국영화에 관해 얘기한다면 좀더 위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2012년의 대호황에 힘입어 야심차고 기운 센 영화들이 차근차근 준비되고 있으니까.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한국을 대표하는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감독이 선보일 해외 프로젝트다. 박찬욱의 <스토커>, 김지운의 <라스트 스탠드>, 봉준호의 <설국열차> 말이다. 이 3개의 특급 프로젝트는 <씨네21>이 지난해 추석합본호를 통해 최초로 윤곽을 공개했지만 그럼에도 미진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작정하고 세 감독을 한 테이블로 모셨다. 특집기사를 찬찬히 읽어보면 알겠지만, 세 명장이 털어놓는 할리우드 또는 유사 할리우드에서의 첫 경험은 흥미진진하다. 때론 웃기고 때론 서글프며 때론 부러운 마음이 든다. 그들의 대화 중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세계적인 대배우를 처음 만났을 때 감동을 받았다가 막상 촬영에 돌입하면 그 감동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할리우드이건 어디건 영화를 만드는 일의 본질, 그러니까 감독과 배우가 신경전을 벌일 수밖에 없는 것은 똑같다는 뜻이리라. 결국 배경과 배우가 다를 뿐 그들이 만드는 영화는 한국에서 만들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신작에 대한 가장 큰 궁금증도 바로 그 지점에 있다. 그들의 대화에서 그 궁금증은 약간 해결되지만 결국 영화를 봐야 완전히 풀릴 터이니 기다림이 더 간절해진다.
신년호를 맞아 소폭의 개편을 했다. 우선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가 새 시즌을 시작한다. 그녀의 세심한 사고의 흔적을 다시 엿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배리어프리영화 캠페인’도 신설했다. 장애를 가진 이도 거리낌없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이 캠페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신전영객잔’은 새 필자를 맞이한다. 영화평론가 허문영과 남다은이 그들이다. 전영객잔 시즌1, 2에서 활약했던 그들의 비수 같은 평론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독립영화비행’에는 김곡, 김선 감독이 가세한다. 독립영화의 생산자이자 비평가인 그들의 예리한 견해가 기대된다. 개편과 함께 건축+, 디자인+, 패션+가 폐지됐다. 그동안 고생하신 황두진, 박해천, 심정희씨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많은 아픔과 고통이 있을 것이다. 어쩌겠는가. 견뎌내는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 해피 뉴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