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배가본드>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바르셀로나로 떠났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건축가 가우디의 자취를 찾아 길을 밟는 여정. 한권의 책과 75분짜리 DVD가 묶여나왔고, 초판에는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스케치로 만든 달력이 함께 증정된다.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팬에게 특히 의미있을 <페피타>는 그의 글(그가 그린 한글도 있다)과 스케치, 사진과 상념을 두루 경험할 수 있는 화집이다. 한 작가가 다른 작가의 모든 것을 궁금해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생중계한다. 일단 한 가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팬이 아니라면, 혹여나 바르셀로나 여행에 대한 정보를 중심에 두고 책을 찾고 있다면 <페피타>는 부족함이 적지 않은 책이다. 꽤 듬성듬성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가우디에 관해 가볼 만한 장소와 만나볼 만한 사람, 각 장소에 대해 해설해줄 사람을 돕는 코디네이터가 있었던 모양인데 그 설명을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그곳에서 느낀 것들을 가감없이 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사진에 스케치를 더한 이미지들이 눈에 띄는 건 그래서다. 그곳에서 본 것과 그가 생각한 것을 합한 것이 어떤 ‘그림’이 되는지를 보여주니까. 가우디에 대해 예습하고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오히려 무지한 상태에서 맨몸으로 부딪혀 그에 대해 알아오겠다고 생각했다는데, 그래서인지 건축가로서의 가우디에 대한 조밀한 분석보다는 예술가로서의 가우디의 내면에 대한 호기심이 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다.
“창조는 신이 하고 인간은 발견하는 것이다” 라는 가우디의 말을 생각해보면, 가우디의 생애와 건축물을 뒤따르는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자세는 마치 웅장한 자연 앞에서 몸을 낮춰 겸손함으로 대하는 인간의 그것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세개의 파사드 중 영광의 파사드에 글을 새길 기회를 갖게 된 이노우에 다케히코. 그가 쓴 글씨가 이 책에도 크게 실렸다.
“우리를 악에서 구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