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는 이들이라면 아마 공감할 거다. 어느 날 책장을 돌아보니 고양이 서적이 차곡차곡 들어서고 있다는 걸. 책이 모이는 이유는 다양하다. 고양이 집사로서의 무지를 탓하며 사거나, 남의 집 고양이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사거나, 때로는 그냥 예쁜 사진이 들어 있어서라도 산다. 그런데 주위를 돌아보면 유독 개 집사보다 고양이 집사들이 이렇게 책을 모은다(확인되지 않은 짐작이므로 애견 책을 열심히 읽는 독자들에겐 죄송하다). 어쩌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높은 열독률은 도무지 그 속을 종잡을 수 없는 고양이들의 아리송한 습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모호함에 매력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지식이라도 쌓을 겸 책을 모으고 있는 고양이 애호가라면 <그림 속의 고양이>는 더없이 도움이 되는 책이다. 고대,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 등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고양이를 어떤 존재로 생각해왔으며 그 모습이 미술사에 어떻게 각인되어왔는지 미술작품 속 고양이의 모습을 통해 짚어보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고양이에 대한 역사적 정보와 그들의 미학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나일강을 따라 문명이 발달하며 고양이가 인간 세계로 들어온 고대 시대의 챕터부터 찬찬히 훑다보면 우선 작가의 집요함에 놀라게 된다. 세계 미술사의 걸작 <최후의 만찬>이나 <수태고지> 등의 작품에 고양이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아는지?
<그림 속의 고양이>의 작가 스테파노 추피는 고양이가 비중있게 묘사된 미술작품뿐만 아니라 수많은 캐릭터 중 하나로 각인된 작품들마저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 더불어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해군이 저장고를 습격하는 쥐떼를 소탕하기 위해 전함에 반드시 고양이를 서너 마리씩 동행하고 탔다거나, 독서와 명상에 동반하기에 알맞은 정적인 동물이기에 지식인과 예술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읽는 재미도 있다. 누군가는 지극히 인간의 관점으로 서술된 고양이 미술사라는 사실에 냉소적인 시선을 보낼지도 모르지만, 고양이에 대한 지식과 미술사적 사건들을 일목요연하게 맥락화한 작가의 솜씨만큼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