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인, 문화인, 예술인’을 지향하고 올해 개교 20주년을 맞은 백제예술대학교는 안정된 커리큘럼과 세밀하게 분산된 전공을 자랑한다. 특히 2004년 이후 국가에서 백제예술대학교를 방송 및 영화 특성화 대학으로 선정하면서 정부와 학교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백제예술대학교의 전공은 방송연예과를 필두로 실용댄스, 연예매니지먼트, 연예패션스타일리스트, 방송시나리오극작, 뷰티아트 등 방송 분야의 총체적인 실무를 18개 분야로 세세하게 나누어 전문 엔터테인먼트 인력을 길러내는 데에 특화돼 있다. 가령 실용음악 분야를 예로 들면 실용음악과와 미디어음악과로 나누고 이를 또다시 미디어음악과 안의 K-POP 보컬 전공과 뮤직테크놀로지 전공으로 나눠 교육하는 식이다. 이 덕분인지 백제예술대학교의 학생들은 타 전공생들과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데 익숙하다. 이상민 교수는 학생들의 자연스러운 상부상조에 대해 “요즘은 모든 예술이 복합적이기 때문에 과마다 파티션을 허물었다. 학교 커뮤니티에 누군가 팀을 조직해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면 뷰티아트과 학생이 분장을 맡고, 연예스타일리스트과 학생이 스타일링을 맡겠다고 자발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협업한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동아리 활동도 무척 활발하다. 예술대학교의 동아리 활동이란 대개 단순한 취미생활 이상이기 마련이다. 백제예술대학교의 동아리 활동도 수업 외적인 목적으로 학생들이 힘을 합쳐 이어가는 전문화된 창작행위에 가깝다. 그중에서도 영상 제작 동아리 ‘스탠바이’의 규모가 가장 크다.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와 광고를 가리지 않고 여러 장르의 영상을 제작하는 동아리다. 당연히 연기 전공생들이 연기를, 제작 전공생들이 연출을, 디자인 전공생들이 무대와 세트를 맡는다. 졸업생, 재학생 가리지 않고 선후배간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해 서로 돕기도 한다. 학교쪽의 지원도 있다. 교내에서 주는 장학금 이외에 따로 장학지원실이 개설돼 있다. 학생들이 시나리오나 공연기획서 등의 프로젝트를 제출하면 심사를 한 뒤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작은 아이디어가 큰 영향을 부르게 된다”는 이상민 교수의 말대로 백제예술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드러나지 않은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 지금껏 20여년을 그래왔듯 앞으로도 10년, 20년 뒤를 위해 투자한다는 의미다.
카메라 앞에서 진행하는 실전과 같은 수업
방송연예과 학생들이 오늘은 2학년 영상 워크숍 수업을 위해 스튜디오로 모였다. ‘영상워크숍’은 학생들에게 작품을 보여주고 미장센, 화면구성, 앵글, 구도 잡는 법에 관한 기초적인 테크닉을 익힌 뒤, 시나리오 스토리텔링도 직접 해보는 수업이다. 방송연예과는 연기전공과 스탭전공으로 나뉘는데, 두 전공의 학생들이 서로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도록 학교쪽에서 최대한 안배하는 편이다. 스튜디오에서 스탭전공 학생들은 현장에서나 볼 법한 기자재들을 능숙하게 다루며 촬영 준비를 하고 있었고, 연기전공 학생들은 손에 쥔 스크립트를 보거나 몸을 풀며 금방이라도 카메라 앞에 설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상민 교수는 한 학생이 들고 있는 마이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은 마이크 적응 훈련이다. 보통 땐 무대 위에 서듯 대사를 했지만 마이크가 있는데 똑같이 말하면 소리가 찢어지거든. 톤은 낮추고, 눈빛은 더 강하게. 크게 한다고 다 강렬한 게 아니다.” 학생들은 교수가 제안한 컨셉으로 각자 스크립트를 짜왔다. 큐 사인이 떨어지고, 카메라 앞에 선 최원홍, 김정희 학생은 오누이의 말다툼을 재연해냈다. 한 신이 끝나고 촬영이 멈추고 난 뒤 이상민 교수는 부드러운 뉘앙스로 “좀더 둘이 치고받고하면서 대사를 갖고 놀아도 돼. 몸이 너무 경직됐으니 제스처도 사용해가면서”라고 말하며 고쳐야 할 점을 짚었다. 쉬는 틈을 타 두 학생에게 수업이 얼마나 도움이 되었냐고 물으니 “카메라 앞에 가급적 많이 설 수 있는 점이 좋다”고 말하며 특히 이상민 교수의 즉석 코칭은 “모르고 있었지만 카메라엔 다 잡히는 나쁜 습관들을 빠르게 교정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언급했다. 이상민 교수의 수업엔 독특한 점이 하나 있었다. 촬영 중 배우의 실수로 NG가 나면 이상민 교수는 즉시 연기하던 학생들에게 엄중하게 말했다. “바로 ‘죄송합니다’ 들어가야지. 연기하다 꼬일 수 있어, 물론. 그다음 수습이 중요하다. 너희들을 위해 다시 장비를 정돈해야 되는 스탭들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게 예의이고 매너다. 이건 습관이야.” 이상민 교수의 말에 학생들은 즉시 고개를 숙여가며 미안함을 표시했다.
<비열한 거리>를 재해석한 연기 수업
다시 수업이 이어지고, 두 번째 팀이 카메라 앞에 섰다. 카메라 밖에서 장난치며 까불던 김근환, 김광필 학생은 카메라가 돌자 단박에 표정을 바꾸고 연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비열한 거리>의 한 장면을 재해석한 스크립트를 준비해온 두 학생의 열연에 스튜디오는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편집점을 계산해가며 여러 번 촬영을 거듭하는데도 두 학생의 몰입은 깨지지 않고 이어졌다. 첫 번째 팀에 전하던 부드러운 뉘앙스와 달리 이상민 교수도 이번엔 진지한 목소리로 두 학생의 카메라 연기를 지적했다. “크게 한다고 다 무서운 대사가 아니다. 마이크가 있으니까 낮게 말해도 다 잡혀.” 두 학생은 촬영을 마친 뒤에도 쉬이 몰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리액션 받는 법이라든지, 카메라에 잡힐 때의 표정과 대사톤, 목소리의 높낮이로 감정 조절을 하는 법 등 무대연기와는 또 다른 방송연기의 룰을 하나하나 가르쳐주신다”고 말하는 두 학생의 모습엔 처음의 장난기는 간데없었다. 스탭들의 수고로움에 가장 먼저 감사하라고 가르치는 교수에게 사사하는 학생들이니 연기에 임하는 태도는 더 볼 것도 없겠다 싶었다.
많은 작품을 보는 게 기본이다
백제예술대학교 방송연예과 이상민 교수
-방송연예과만의 특징은. =기존 연극영화과와는 다르게 학생들을 토털엔터테이너로 길러내는 것이 방송연예과의 목적이다. 화술과 연기에 관한 기초도 물론 익히지만 카메라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는가, 현장에서 어떻게 적응하는가를 가르친다. 배우들은 카메라 앞에 자주 서봐야 하는데 우리 학생들처럼 이제 시작하는 친구들은 현장에서 본인들의 연기를 전체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전무하다. 카메라에 찍힌 모습을 보면서 본인도 모르는 나쁜 습관이라든지, 발견되지 않은 장점들, 주어진 시나리오와 캐릭터에 대한 해석능력을 다듬는다. 대개 실무 위주다.
-지난해와는 얼마나 달라졌나. =수업하면서 스탭전공은 시나리오 스토리텔링을 강화했고, 연기전공은 최대한 카메라 앞에 많이 서게끔 안배했다.
-면접 실기에 도움이 될 만한 팁이라면. =면접 실기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건 학원에서 배운 테크닉이 아니다. 어린 학생들이 연기를 하면 얼마나 해왔겠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대답은 많은 영화를 봤다, 많은 연극과 뮤지컬을 보며 꿈을 키웠다, 이 정도일 거다. 그렇게 되면 얼마나 많은 작품을 어떻게 분석적으로 봤는지가 중요하다. 스스로 많이 분석하고 생각해온 학생들은 학교에서 조금만 기술을 가르쳐주면 금방 따라간다. 제작전공, 연기전공 가릴 것 없이 경험이 없어도 되니까 입시를 준비하는 동안 많은 작품을 보라고 조언한다. 그게 가장 기본이다.
-방송연예과에서 원하는 학생상은. =입학 전에 연예인이 되어 있는 학생은 선호하지 않는다. 일단 재학할 때나 졸업 이후까지 가늠해 성실한 학생을 찾는다. 지름길이 다른 게 없다. 당장 힘든 걸 참고 견딜 줄 알고 작은 역할도 열심히 하다 보면 어느새 그 분야의 선배가 되어 있을 거다. ‘백제 출신이면 데려가서 뭘 시켜도 어느 정도는 하더라’는 식의 기본적인 신뢰가 있게끔 정형화된 테크닉보다는 연예인으로서의 자질이나 근성을 강조하는 편이다.
입시가이드:
백제예술대학교 방송연예과는 연기전공과 스탭전공으로 나누어 120명을 모집한다. 수시 1, 2차에서 90명, 정시에서 30명을 모집하는데 연기전공은 실기를, 스탭전공은 면접을 본다. 실기는 5분 이내로 진행되며 자유연기 30%, 특기 10%, 면접 10%의 비율로 심사한다. 성적반영은 학생부와 실기/면접이 각각 50%의 비율로 반영된다. 반영 교과목은 학과별로 차이가 있으니 학교 홈페이지에서 필히 확인해야 한다. 정원 외 전형으로 농어촌출신자 3명, 기초생활수급자 3명을 별도 모집하며 정원은 변경될 수 있으니 자세한 사항은 학과사무실로 문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