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후보도 적극성도 다른 이웃 엄마들과 나눈 대화 한 토막. “우리가 김정숙 여사 같지 않아서 남편들이 저 모양일까. 남편들이 문재인 같지 않아서 우리가 이 모양일까.” 어떻게 하면 그 나이에도 남편을 보는 아내의 두눈에 하트가 뿅뿅 실릴 수 있는 거니. 문재인은 ‘김정숙의 남자’로 계속 사랑받을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번 대선에서 마음에 훅 다가온 공약은 연간 의료비 부담 100만원 상한제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다. 공교롭게도 한 후보에게서 나온 거지만(음… 공교롭지도 않구나) 상징적이고도 실질적인 의미가 있는 공약이다. 부모님 댁에 틀어드리고픈 ‘효심 발동’ 찬조연설도 나왔다. 포털검색어 최상위에 이름이 오른 윤여준 전 장관의 연설이다. 그는 갈등과 대결을 한꺼번에 없애자고 하지 않았다. 완화하고 조절하자 했고, 그 적임자를 지목했다. 특정 집단이나 가치로 뭉치는 것은 통합이 아니라 동원이라고 했다. 한 시절을 살아온 보수주의자의 현실인식이 묵직하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총리가 되고 나서도 관저로 옮기지 않고 살던 집에서 계속 산다. 베를린 페르가몬 박물관 맞은편 주택가의 한 공동주택이다. 현관 앞에는 경찰 한명이 왔다갔다 한다. 덴마크 코펜하겐 국회의사당 앞에는 의원들의 출퇴근용 자전거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아이슬란드 총리는 수행원 없이 다니며 커피도 제 손으로 사 마신다. 사람들과 참 가깝다. 의료비 공약이야 긴 설명이 필요없을 테지만(가가호호 통신비 못지않게 배아프게 부담하는 사보험비를 생각하면), 청와대를 나와 광화문 정부청사로 집무실을 옮기겠다는 공약에 대해서는 “혹시 총 맞거나 위해를 당하면 어떡하지?”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앞서 김정숙 언니 안구의 하트를 부러워하던 1인 포함). 우리는 분단된 땅에 살고 있는 게 맞다. 분단은 이렇게 내면화돼 있다. 북한이 로켓 발사에 성공했는데, 자체 기술로 위성 발사에 성공한 세계 10번째 나라라는 놀라움에 앞서 미사일을 실으면 사정거리가 얼마인지 계산하며 벌벌 떤다. 벌벌 떨다 (미국산) 소고기 사 먹고, 사 먹고는 또 벌벌 떨고…. 그런 시대는 닫을 때가 되지 않았나.
새 시대를 열어주는 대통령 만나러 가고 싶다. 광화문으로. 날 좋은 날, 예쁘게 차려입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