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를 위한 지도자는 따로 있다. 기분 장애, 특히 양극성 장애 분야의 전문가로 하버드 의과대학과 케임브리지 헬스 얼라이언스에서 임상의학을 가르치고 있는 나시르 가에미가 쓴 <광기의 리더십>은 정신질환을 갖고 있었던 지도자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던 시대와 그들이 세상을 이끈 방식을 담았다. 그는 강조한다. 정신질환은 단순히 제정신이 아니라거나 현실에서 동떨어져 있다거나 정신병에 걸렸다는 뜻이 아니다. 가장 평범한 정신질환, 즉 우울증과 조증은 대체로 사고력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비정상적인 기분과 관련 있다. 그들은 실제로는 대체로 제정신이다. 항상 조증이나 우울증에 걸려 있는 것이 아니라, 조증이나 우울증에 대한 ‘소인’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조증이나 우울증에 동반되는 여러 요소들이 직접적으로 지도자의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어떻게 정신질환이라는 약점이 힘이 될 수 있을까. 처칠, 링컨, 간디, 루스벨트, 케네디, 히틀러 등의 사례가 창의성, 현실주의, 공감 능력, 회복력, 치료, 정신 건강이라는 테마와 관련해 논의된다.
건강한 정신을 지니고 균형잡힌 사고를 하는 정치가들이 평화의 시기에 두각을 나타내는 것과 달리 정신질환을 지닌 지도자들이 위기의 시대에 뛰어난 돌파력을 지니고, 때로는 인류에 극한의 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우울증적 현실주의가 현실을 명료하게 판단하게 한다는 나시르 가에미의 진단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에서 광기가 천재성을 의미할 수 있다는 사고가 일상을 사는 독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없다면 그것은 우리가 아무리 사소한 광기라도 병으로 낙인찍어 솎아내려는 사고를 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을 끝까지 읽는다는 것은 정신질환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싸우는 일이기도 하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는 스테로이드가 지닌 위험성과 연관되어 있다. 9.11 이후의 상황을 바라볼 때는 부시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총리의 사례가 등장한다. 여덟명의 유명한 지도자의 전기를 정신질환이라는 키워드로 살펴보는 흥미로운 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