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전작인 <카모메 식당>은 덩치 큰 핀란드의 갈매기를 보고 주인공이 어린 시절에 키웠던 고양이를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 고양이는 뚱뚱한 데다 싸움질만 하고 다녀서 모두가 싫어하지만 주인공한테만 유독 호의를 보인다. 고양이를 너무 좋아한 주인공은 어머니한테 알리지도 않고 먹이를 많이 줘 고양이는 죽는다. 그리고 1년 뒤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린다. 주인공은 이제 낯선 핀란드에서 그 고양이를 닮은 갈매기(카모메)를 이름으로 한 식당을 열어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듯이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한다.
외로움 속에 서로서로 친구가 되어주고 정을 준 그 고양이를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에서는 외로운 사람들에게 직접 대여한다. 그 사람들은 하나씩 다 구멍을 갖고 있으며 갇혀 있다. 죽음을 앞두고 집에 갇혀 있는 할머니나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방에서 일하는 아버지, 직장에 하루 종일 갇혀 있는 여직원이 그들이다. 고양이를 빌려주는 사요코(이치카와 미카코)도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고양이를 키우며 집에서 혼자 지낸다. 그리곤 고양이를 수레에 싣고 공원에 나가 외로운 사람들을 찾아 고양이를 빌려준다. 고양이를 대여한 사람들이 고양이를 통해 자신의 구멍을 채워나가듯 사요코도 그들을 통해 자신의 구멍을 하나씩 메워나간다. 영화는 발랄하고 유쾌하며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준 것처럼 따뜻하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같은 형식을 띠고 반복된다. 결혼하는 것이 꿈인 사요코에게 옆집 할머니는 에피소드마다 등장해 너는 전생에 매미였다는 등의 말을 반복하고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상황도 반복된다. 돈으로 가치를 매기고, 등급을 매기는 쓸쓸하고 단절된 이 세상에서 영화는 소통과 사랑으로 반복되는 그 외로움을 극복해보려는 따뜻함을 우리에게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