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인력사무소에서 대리수유모를 하려고 면접을 보는 젊은 아기엄마는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린다. 부잣집에 머물며 그 집 아기에게 젖을 먹이면 노동자 평균 임금의 세배 가까이를 받을 수 있다. 대신 자기 아기는 엄마 젖을 먹지 못한다. SBS 특집 <최후의 제국>을 보면서 감정이 휘몰아치다 급기야 눈물이 나고 말았다. TV 속 그녀는 “경기가 좋지 않아 남편 벌이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봐요. 그건 경기 탓이 아니에요. 광폭행보의 도시화와 초고도 압축성장의 와중에, 부동산으로 떼돈 번 부자들과 그들에게 제 아기가 먹을 젖까지 팔아야 하는 인민은 같은 ‘인격’이 아니다.
중국이 부의 급속한, 아니 끔찍한 쏠림을 보여준다면 미국은 ‘가치’와 ‘꿈’의 붕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동차에서 살며 캠핑장 나무 부스러기와 송진을 긁어모아 불을 지펴 아이에게 아침을 해먹이는 엄마는 아이가 취재진에게 “집에서 살고 엄마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자 무너진다. 다섯명 중 한명의 아이가 밥을 굶으며 빈곤율이 세계 4위인 나라, 미국이다. 월가가 테크노크라트들의 비호를 받으며 배를 불리고 기업이 탐욕의 더듬이로 저임금을 찾아다니는 동안, 무리한 대출로 집을 잃거나 하루아침에 일터에서 내쫓긴 이들은 자동차에서 모텔에서 하수구 통로에서 살며 유통기한 넘은 음식이라도 앞다퉈 받아먹어야 한다. 이들도 한때는 ‘중산층’이었다. 파푸아뉴기니 추장 출신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공평하게 나누며 아이들을 굶기지 않는 것이 빅맨(추장)의 소임”이라고 말한다. 문명은 실패했다. 적어도 중국과 미국은 그 잔인한 현장을 내보인다. 부디 이 정도가 제목처럼 ‘최후’이기를 빌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그 이상은 상상이 어렵다. 부자가 잘살면 서민도 잘살게 된다는 낙수효과의 허구성을 지적하며 오바마는 “Don’t boo. Vote!”(야유 말고 투표!)라고 외치는데, 그 결과가 집 잃고 밥 굶는 이들에게 부디 생존의 보루가 되길 바란다.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하고 지루한 대선정국을 보내고 있다. 후보 동선을 옮겨적는 수준의 뉴스와 밋밋하다 못해 민망한 토론 속에서 그나마 ‘정치적으로 핫한’ 유일한 프로그램이 <최후의 제국>이다. 다시보기, 돌려보기 강추한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이기적인 한표를 행사하자고 말씀드린다. 문명과 생존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