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 말투로)마 나도 자식을 키워봐서 아는데…, 부모란 자식의 허물을 감싸는 건 물론이고 제 허물이 자식에게 누가 될까 전전긍긍하는 존재다. 애초 내곡동 사저 문제가 불거졌을 때 나랏돈으로 제 실속 채우는 일에 자식을 동원한 각하 내외분의 계산속에 놀라움을 넘어 그 일관됨에 일종의 존경심까지 일었다. 특검 사무실에 불려간 이시형씨는 아버지가 하라는 대로 했다고 술술 진술한 모양인데,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은 비켜가기 어려워 보인다.
특검 수사 과정은 검찰이 내곡동 수사에서 얼마나 ‘윗분’의 비위를 덮으려고 안간힘을 썼는지 비포&애프터로 보여준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아들과 큰형님만 살짝 내주고 여차하면 벌금으로 때우고, 대통령은 재임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하니 욕먹더라도 버티다 퇴임 뒤에는 새 권력자와 법의 ‘온정’을 기대하는 눈치이다(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하지 않은 유구한 역사도 있으니). 아니지. 왠지 청와대 내외분은 지금 변호사 비용 반띵하는 데 머리를 굴리고 계실 것 같다. 큰형님까지 1+1으로 하자고 하시지 않을까. 부부를 비롯해 온 집안이 이렇게 세트로 한마음 실속공동체이기는 쉽지 않은데, 참으로 남다른 가풍이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국회의원 수 축소, 중앙당 폐지, 정당 국고보조금 감액 등으로 정치혁신을 하자고 한다. 사람이든 정치든 군살없는 건 좋지만 ‘어떻게’가 빠져 있다. 어떻게 하겠냐 하면 “국민에게 물어보고 하겠다”고 할 것 같다. 어떤 일은 꼭 국민에게 물어봐야 아는 건 아니다. 쇄신 대상으로 공격받지만 민주당 현 지도부가 없었다면 내곡동 사저 특검법 같은 건 밀어붙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나마 이런 게 정당정치가 기여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당내 공적 논의와 결정을 외면하며 사실상 무소속 행보를 보이는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에서 ‘사고’를 쳤다.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의 헌납과정에 강압이 있었다고 인정한 법원의 판결까지 ‘강압이 없었다’고 정반대로 말할 정도로, 심지어 옆에서 자료를 보여줬는데도 무시하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 걸로 알고 있다”며 자신의 믿음만을 반복했다. 이런 착시는 실수가 아니라 병적인 아집이다. 박 후보는 아버지에 앞서 자신을 먼저 사랑할 순 없는 걸까. 모름지기 부모라면 그걸 바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