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도 참 가지가지 한다 싶은 마음으로 정수장학회와 MBC 사이의 비밀회동 대화록을 곰곰 들여다보다가 문득, 최필립 이사장에게 감정이입이 되고 말았다. 한창때에는 박정희의 그림자로 살고 지금은 그 딸의 ‘바지 이사장’ 취급을 받으니 그야말로 뭔가 “한몫하고” 싶을 수도 있겠다 싶다. 할배는… 외로운 거다.
대화록에는 이진숙, 이상옥 MBC 두 인사가 최 할배를 설득하고 부추기는 듯한 내용도 꽤 많이 담겨 있다.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에 대한 법적인 하자, 특정 대선 후보 편들기라는 논란에 대한 우려를 (생생한 표현으로) 짚은 쪽도 팔순이 훌쩍 넘은 최 할배였다. 할배는 그렇다 치더라도 대체 한창나이의 김 사장은 왜 이러는 걸까. 1. 한창나이라서(“정치적 임팩트 크게” 한건 해서 차기 대통령감에게도 잘 보이고 싶어서). 2. 한창나이가 아니라서(방송가에서는 김 사장의 사고와 판단에 심각한 ‘징후’가 나타난다는 목소리가 많다. 최근에는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바닥을 기자 주중에도 저녁 8시로 옮겨보라고 했단다. 내용이 아니라 시간 때문이라 믿고 싶은 거지. 전형적인 ‘팀킬’ 행태다). 다른 건 차치하고 ‘임기제 사장’이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도 무시하고 고작 서너명끼리 “극비리에” MBC 민영화라는 초대형 프로젝트와 매각 대금의 홍보 효과까지 디테일하게 기획하는 건, 월권을 넘어 탈법 소지가 다분하다. 게다가 비밀회동이 아니라 통상적인 업무협의였다는 둥 정치적 독립을 위해서는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둥 연일 <뉴스데스크>를 변명과 억지에 동원하고 있다. 공공재인 전파를 이렇게 사유화하는 건, 그야말로 ‘그림이 괜찮아 보이지’ 않는다.
그림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대선 후보들의 TV 토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거짓말쟁이”라 욕하고 삿대질하고 벌떡 일어나 설쳐대는 오바마와 롬니의 설전을 보면서 부디 이렇게 ‘좋은 그림’이 우리의 대선 토론에서도 나왔으면 좋겠다 싶다. 이 와중에 ‘NLL 안보 낚시질’에 도움되고자 연평도까지 행차하신 대통령께서는 본인 비주얼이 ‘좋은 그림’에는 대단히 약하다는 사실을 숙지하시고 부디 자숙하셨으면 한다. 특검 수사 기간 짧으니 큰형님이나 빨리 들어오시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