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아성, 안철수의 등판, 문재인의 선전을 볼 때 정당정치가 내세울 게 과연 뭔가 싶다. 정치를 좀 안다, 혹은 한다는 사람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정당정치는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역구 중심으로 움직이는 정당정치의 극단적 폐단은 새누리당 송영선 오빠(아무리 봐도 오빠야)께서 녹음파일로 생생하게 설명해주신 바다. 다른 면에선 가령, 한창 때 당을 바꾼 손학규를 깎아내리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이가 당을 바꿔서 온 것은 두고두고 자랑할 일이 아닐까. 자기(가 지지하는) 당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말이다. 다 지난 일이지만 손학규가 그 정도의 정책 프레임과 슬로건으로도 그만큼의 확장성밖에 못 가진 것은, 사람들이 너무 야박한 것이다. 그가 우리의 (지도자병) 환우 이인제 옹도 아닌데. 어쨌든 학규 오빠께서는 학을 떼셨겠지만 태평성시에 관리자형 대통령을 뽑는다면 당신이 적임자(라고 저와 제 친군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영웅을 필요로 하네요. “사람의 선의가 가장 강력한 힘이 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다.” 크아. 찰스의 출마선언 중 가장 마음에 닿은 말이었다. 오래 고심하고 잘 다듬은 군더더기 없는 내용이었다. 설사 당선이 안돼도 정치인으로 남겠다는 말도 미덥다. 사나이의 이런 결단은 존중해줘야 하는 거다. 그런데 이 묘한 기시감은 뭐지? 곰곰 생각하니, 그가 가겠다는 길은 과거 노무현이 가겠다던 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록 툭하면 싸움을 걸었지만 노무현도 국민의 절반 이상을 적으로 돌리려고 그랬겠나. 나름 설득의 방식이었겠지.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기로 치자면 문재인 아저씨만 할까. “정치경험도 조직도 세력도 없지만 그만큼 빚진 것도 없”는 건 문 아저씨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곱씹어봐도, 유순한 (그래서 욕 안 하는) 노무현, 좌절 안 해본 (그리고 요점 정리 잘하는) 문재인의 조합이랄까. 그래서 찰스가 싫단 얘긴 물론 아니고. 오죽하면 나서야 했을까 싶은 거지. 아무튼 대선 출마조차 때맞춰 모범적으로 한 찰스 덕분에 추석 명절 멀뚱히 앉았거나 박통 들먹이며 다들 배가 불렀다는 타박 따윈 안 들어도 되겠다. 그나저나 요샌 왜 이렇게 늘 배가 고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