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갤리선의 노예처럼 일한다”지만 실제로는 입이 떡 벌어지게 호화로운 푸틴의 생활을 보면서, 그가 이런 생활을 감췄다기보다는 자각을 못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 야당 지도자들이 쓴 이 보고서는 아무 데서도 출판해주지 않아 집에서 복사했다는데 그 정도로 ‘동토의 왕국’을 만든 이라면 능히 그럴 수 있겠다. 수많은 지도자들이 나라와 인민을 사랑했지만, 결국은 나라와 인민을 사랑하는 자신을 더욱 사랑했기 때문에 그 많은 오류와 폐해를 낳았다. 독재는 그 ‘사랑’ 속에서 싹튼다. 민주주의 일반 시스템이 작동되는 시대와 나라에서는 덜 망가지는 것뿐. 의심하지 않는 사랑이야말로 치명적이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에 대해서 회의하는 것은 그가 과연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회의한 적이 있을까 싶어서다. “이미 다 지난 일”, “다 끝난 얘기”로 모든 의심과 질문을 차단한다. 원칙과 신뢰를 내세우지만 그 기준은 모르겠다. 지난 정권 내내 감세를 외치다가 국민대타협 운운하며 사실상의 증세를 말하고, 국민연금 등의 민간주식 투자를 연기금 사회주의라고 맹비난했으나 그의 최측근은 연기금의 주식 의결권 강화 법안을 냈다. 수도 이전에 대한 헌재 판결을 놓고 대통령이 헌법에 도발하고 체제를 부정하면 안된다더니, 5.16은 불가피한 선택이란다. 그가 정치 전면에 나선 2004년 이후 때마다 말이 바뀌었다. 그것도 중요한 지표가 될 내용들이 말이다. 왜 바뀌었는지 설명도 없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퉁치고 넘어간다.
설명 없는 통합 행보도 의심스럽다. 첨예한 갈등은 물론 노동문제에 대한 정책 하나 내놓지 않고 전태일재단을 방문한다거나, 검찰 개혁에 대한 일언반구 없이(심지어 검찰 이해관계자 티가 물씬 나는 직전 대법관을 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으로 불러놓고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직 대통령 묘소를 찾았다. 선민의식만으로 통치하던 여왕의 시대가 아닌 다음에야 현안을 비켜서 할 수 있는 통합이 무엇이 있을까.
정치인의 예측 가능성은 그의 ‘과거’에서 나오는데 그조차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미래로 넘어가자니, 대체 무엇으로 그를 판단하라는 말인가. 누가 봐도 ‘저 쌈질 못해요’, ‘저 생각 많아요’ 후보들이 있어서 더 그런가. 예측 불허라는 점에서 정작 가장 안정적이지 않은 후보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