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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오마이이슈] 한일 VIP의 위험천만 세트 플레이
김소희(시민) 2012-12-10

난데없는 독도 퍼포먼스를 벌인 대통령의 속뜻은 알 바 없으나(청와대 참모들도 몰랐다니, 더위설, 치매설, 뒷거래설 등등이 난무할밖에), 이로써 어쨌든 일본 우익들에는 ‘친일’ 인증. 일왕 사과 요구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전후와 맥락이 뜬금없는 바람에(일왕이 조만간 방문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잖아) 이를 빌미로 총리가 “상식 일탈”, “불퇴전” 운운 목소리를 높이며 골치 아픈 원전문제까지 비껴갈 수 있게 도와줬으니 일본 정부에는 ‘친구’ 인증.

일장기 조기 들고 야스쿠니 신사 주변을 돌아다니는 일본 우익들의 모습은 허무하다. 하필 단체 이름도 간바레 닛폰(힘내라 일본). 이 구호가 왜 여기서 나오나. 원전사고로 인한 스트레스와 피난 중의 정신적/육체적 피로 등으로 1632명이나 숨진 상황에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타령으로 논란을 장기화하며 총선 때까지 독도문제를 끌고 갈 심산이다. 노다 총리는 “해양국가인 일본으로서는 멀리 떨어진 섬을 포함해 영토/영해가 매우 중요하다”며 독도에서 철저히 역사를 빼고 영토만 부각시킨다. 여보세요. 우리도 북쪽이 꽉 막혀 섬나라나 다를 바 없는 분단국가거든. 애초에 왜,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더라?

사실 일본이 제정신이기는 힘든 상황이다. 부산 앞바다의 수많은 미분양 아파트들, 융자 많아 처치 곤란이던 아파트들이 싹싹 팔린 건 3.11 대지진 뒤라는 말처럼, 돈 좀 있는 사람들은 일본 밖으로 나갈 궁리를 한다. 원전 사고 때 보여줬던 놀라운 질서정연함을 무시하고 짓밟은 건 일본 정부와 원자력 마피아들이다. 은근슬쩍 재가동 채비를 서두르고 폐로 계획은 찜쪄먹고 업계 출신자를 원자력규제위원장에 앉히고 급기야 방사능 수치 조작까지 나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제정신인가. 내놓고 고리 1호기 수명 연장을 도모하고 있다. 정전사고 은폐에 이어 내구성 평가 기준치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정부는 원전 안전기준을 완화하는 고시 개정안을 ‘묻지마 예고 중’이다. 공고도 제대로 하지 않고 공청회는 물론 전문가 의견수렴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편법 변경이다. 한일 양국 국정 책임자가 독도 뒤에 숨어 혹은 앞에 나서 세트로 원전을 끼고 위험천만한 도박을 벌이고 있는데, 이건 정치가 아니무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