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자연캠핑장을 찾았다가 엄청난 연기에 눈이, 아니 코가 놀랐다. 어쩜 너도나도 그렇게 지글지글 구워대는지 숲에서 콘도 냄새가 났다. 기왕 바리바리 싸들고 올 것이면 잘 씻어 담아오면 좋을 것을, 왜 꼭 삽겹살이며 상추며 가격표 붙은 비닐봉지나 래핑한 스티로폼 채로 좁아터진 수돗가를 점령하는지 모르겠다. 돗자리만 펴놓으면 사방에 벽이라도 쳐진 것처럼 내 집 안방이 따로 없다. (드러누운) 쩍벌남 쩍벌녀들 사이로 무람없이 굽고 먹고 마신다. 한국인처럼 남의 시선에 신경쓰는 국민도 드물다는데, 계곡 돗자리나 캠핑장 바람막이 안에서는 기를 쓰고 남의 이목을 뭉개는 것 같다. 피크닉 바구니까지는 아니라도 ‘차곡차곡담아와우아하게구워보자 캠페인’이라도 벌이고 싶었다. 우리, 정녕 보여지는 것에 신경 좀 쓰고 살 순 없을까. 일회용품을 안 쓰면 더 좋고 적어도 안 쓰는 척이라도 하자고요.
때론 진심어린 무시보다 눈치보는 행동이 세상에 더 이로울 수도 있다. 무슨 버퍼링도 아니고 새누리당 돈 공천 수사는 어찌 그리 판 튀기듯 제자리걸음일까. 돈 나간 구석, 줬다는 사람, 받았다는 사람, 행적은 물론 (공천) 결과마저 딱딱 맞아떨어지는데 보름 넘도록 수사에 진척이 없다. 말 맞출 시간을 충분히 줬는데도 수습이 안되자 마지못해 띄엄띄엄 소환한다. 검찰의 진심은 충분히 알았으니, 제발 세상의 이목도 좀 챙겼으면.
유신을 고릿적 일로 치부하는 대선 후보 캠프에서 장준하 선생의 타살 의혹을 뒷받침할 새로운 증거가 나온 지 며칠이 지나도록 “아직 정리된 입장이 없다”고 말을 아끼는 것은 분명 세상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37년간 그의 죽음은 베일에 가려 있었다. 등산 도중 실족사했는데 옷도 소지품도 멀쩡하게 마침 망치처럼 튀어나온 돌부리에 오른쪽 귀 뒤 머리만 정확히 부딪혀 즉사했다는 것이다. 유일한 목격자의 행적이며 당시 사건처리 과정이며 누가 봐도 ‘보이는 손’의 개입이 있었다. 누가 왜 어떻게 했는지를 밝혀내는 게 관건이다. 국가기관의 최고 수장이 되겠다는 사람이 의혹이 있다면 국가기관이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게 그렇게 어렵구나. 눈치도 봐본 사람이 보는데, 그녀에게는 참으로 힘든 일이겠다. 꼭 아버지랑 연관되어서라기보다는…, 남의 눈치를 보는 법을 잘 모르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