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현모양처인데(그래, 왜, 뭐, 버럭), 그러려면 갖춰야 할 것들이 많다. 체력과 정신력은 스스로 어떻게 해볼 수 있으나(음… 가족까지도 어느 정도는) 그 밖의 것은 사회와 국가가 도와줄 게 좀 꽤 된다.
당장 시간. 여름휴가를 보자. 어린이집 방학은 2∼3주인데, 직장인 휴가는 길어야 일주일이다. 어쩌라고. 저녁이 있는 삶은 고사하고 주말이 있는 삶을 사는 노동자 아빠 엄마도 그리 많지 않다. 다음은 돈(으로 대표되는 사회 안전망). 집, 교육, 의료. 3대 인생의 납량 특집만 해결되거나 견딜 만한 무서움이라면…, 대한민국 평균 지덕체 수준은 급상승하고 ‘내 꿈이 이뤄지는’지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 같다. 왜. 그냥 대세에 묻어가면 되니까.
기계가 아닌 사람의 돈과 시간을 일차적으로 해결해주는 것은 노동이다. 하지만 노동자가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죽기살기로 싸워도 헛수고다. 행정도 법도 마비된 지 오래다. 디제이 정권 끄트머리 이후 ‘출신성분’에서나마 노동을 제대로 이해하는 노동부 장관도 만나지 못했다. 이 정권 들어 이름까지 고용노동부로 바뀌고 나서는 이 부처의 수장은 자본가와 대기업 집단의 ‘바지사장’ 같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추진되는 쌍용차, 삼성전자 소위원회에 대해 “정치권이 개별 사업장 노사문제에 개입하는 것”이라는 ‘망언’을 했다. 진작에 본인이 두팔 걷고 해결했어야 할 일을 하지 않고는 한참 늦게 국회가 나서자 환영은 못할지언정 딴죽을 건다. 내 아이의 어린 기억에 “경찰이 왜 사람을 때리지”라는 끔찍한 잔상을 남긴 강제진압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수백명의 무급휴직자를 1년 뒤 복직시킨다는 쌍용차 회사의 약속은 꼬박 3년이 되도록 지켜지지도, 지켜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사이 노동자와 가족 22명이 목숨을 끊거나 병사했다. 삼성전자는 삼성반도체 등의 전/현 노동자 56명이 백혈병 등으로 떼죽음을 당하고도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하고, 모든 조사와 접근이 ‘또 하나의 가족’에 의해 번번이 무산되고 봉쇄되는 악질 산업재해 현장이다. 이런 문제를 외면하는 장관은 잘 쳐줘야 ‘노동행정 계열사 사장님’이다.
일자리와 노동여건에 대한 정책이 경쟁적으로 쏟아져 나온다. ‘노동부를 제자리로’ 한마디만으로도 청사진이 보일 것 같다. 노동을 아는 후보는 누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