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파트 단지에는 꽤 편안한 산책길 놀잇길이 있다. 어느 날 상가쪽 풀숲에 자전거 높이만 한 펜스가 쳐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넘나들어 조경이 훼손된다며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그렇게 결정했단다. 공사를 하던 인부들도 “당최 이걸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풀숲이 자연스레 어우러지던 길에 무지막지한 쇠 펜스가 줄줄이 쳐지니 흉물이 따로 없다. 대체 풀숲이 언제부터 감상용/보호용이었으며, 과연 그 펜스가 감상과 보호에 도움이 되는지 니가 와서 보세요 싶은 심정으로 몇몇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ㅈㄹ’했는데 놀라운 것은 다들 어떤 과정으로 이런 결정이 났고 공사가 강행됐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철지난 OTL 스티커라도 구해 붙이고 싶었다. 올드한 ‘조경관’ 때문인지 펜스 업자의 ‘로비력’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쇠 펜스가 조경을 망쳐 집값을 떨어뜨린다’는 근거를 대지 않는 한 다시 뽑자고 아저씨, 아주머니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 아, 아파트에도 어른거리는 4대강의 그림자…. 있는 경계도 허무는 마당에 없던 경계라니.
<추적자> 몰아보기에 너무 심취했나. 며칠 뉴스를 보면서는 현실과 드라마의 ‘경계’가 자꾸 흐려진다. 확실히 검찰은 권력의 ‘플랫폼’이다. 많은 것들이 흥정되는 장터이자 들고나는 노선도 제각각이다. 어느 거래든 어느 길이든 자기한테 향하지만. 검찰이 새로운 양파남으로 등극한 대법관 후보를 놓고 국회의원들에게 “잘봐달라” 전화를 걸었단다. BBK 가짜편지에는 “배후가 없다”며 신명, 홍준표, 은진수 등 관련자 전원을 무혐의 처리했다. 이해찬 아저씨는 검찰이 (저축은행 사건에 자신을 엮으려고) “제 친구를 불러다 수십 차례 거짓증언을 강요했다”고 했다. ‘형님’은 권력 막바지에야 숱한 의혹 중 가장 ‘자잘한 껀’으로 쇠고랑을 찼다. ‘검새’의 그 ‘새’는 공작새가 틀림없다. 짜고 치고 어지러운 와중에 ‘검사 받지 않고 일하는’ 최정우 검사의 안부가 궁금해지네. 그나마 빵 터지는 소식 하나. 박근혜 후보가 인사오지 않는 것에 발끈하셨을 YS옹의 귀여운 일갈. “박근혜, 칠푼이….” 그분의 입은 아무도 막을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다. 선거판을 뒤흔드는 것은 ‘경계없는 입들’일 것이다. 진실은 경계를 치지 않는다. 검사도 받지 않는다. 다만 늦게 밝혀지는 게 종종 문제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