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삼철이’ 중 한분이 아직도 대법원에 계신다(나머지 두분의 철이는 문화방송과 인권위원회에 계심). 그분과 그분의 동료들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적법 판결을 내렸다. 반대 의견을 낸 두분도 있었으나, 1, 2심 결과보다 더 범위를 넓혀 국방부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 헌법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법관에게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밝히고 있다. 드라마 <추적자>가 아니라도 사법권이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익히 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대법관 후보들의 면면을 보니, 어쩜 그리 하나같이 가진 자들을 옹호해왔는지 낯이 뜨겁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삼성중공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56억원으로 제한해 환경파괴 책임에 면죄부를 주고 주민 1인당 5만원꼴도 안되는 피해보상을 받게 한 분, 삼성특검이 기소한 이건희 회장에 대해 회사에 끼친 손해액을 지급했다는 가짜 자료를 반영해 죄를 탕감해주고 검찰이 요구한 소송자료를 이 회장쪽이 허락한(게 틀림없는) ‘48쪽’만 송부해줬던 분, 한진중공업 크레인에 매달린 김진숙씨에게 ‘퇴거시까지 하루 100만원씩 지급하라’며 사실상 쫓아내는 결정을 내렸던 분까지. “청약저축 분양권을 지키고자” 위장전입을 했다는 분이 그나마 가장 법치주의에 가까워 보일 정도이다. ‘청와대 봉황의자에 앉아서도 재벌가 회전의자를 부러워하는’ 최고 권력자의 행태를 너무 많이 봐서일까. 돈과 권력 혹은 그 둘이 저지르는 짓들이 어지간해서는 놀랍지도 않다. 그리하여 ‘한국의 아이히만들’이 그저 ‘명령에 따라’ 나라를 ‘뼛속까지’ 팔아먹으려 드는 꼴까지 태연하게 보고 있다.
한-일군사정보협정 체결 시도에 이어 제주 해군기지 건설까지 한반도 병참 기지화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제풀에 발이 걸려 차세대 전투기 구입은 늦춰졌으나(돈 주고 사오는 걸 왜 굳이 ‘사업’이라 부를까 늘 의아했는데 임기 마지막 해에 기를 쓰고 챙기는 것을 보며 비즈니스라 이름붙일 만하다 인정), 정말 이런 식으로 생돈을 들여가며 자기 운명을 위태롭게 하는 무리가 지구상에… 쫌 있구나. 바로 위에도 한팀.
전쟁의 반대말은 평화가 아니라 무료함이라 했던가. 제발 그저 심심하게 살고 싶다. 최소한의 기본권을 존중받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