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고학년 수준의 쉬운 언어를 구사하는 문 아저씨와 함축적 시어를 내놓은 손 아저씨 가운데 헷갈리는 중이다. 누굴 뽑냐고? 에이. (칼럼에서 특정 후보 편들기 있기 없기) 누가 더 잘생겼냐고? 여보세요. (물어보나마나…) 누가 더 좋은 말을 내놓는지 말이다. 말은 곧 생각이니까. 회자되는 정도로 치자면 ‘저녁이 있는 삶’이 현재로서는 윈. 오래 고민했고 잘 다듬은 티가 물씬 난다. 팍팍한 일상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울림이 있다. 정책을 담기에도 비전을 얹기에도 괜찮은 그릇이다. 이미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의 정책이 나왔는데, 저녁이 있는 학생, 저녁이 있는 엄마, 저녁이 있는 풍경 등등등 교육 복지 환경… 무한 증식이 가능하겠다. 캬. (놀이터 죽순이 딸아, 제발 저녁이 있는 어린이가 되어다오.)
새 권력의 바짓가랑이라도 잡듯이 헌 권력이 부잡을 떤다. 여야 합의로 무산된 인천공항 지분매각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멀쩡히 경영 잘해 돈 잘 벌고 있는 공항을 놓고 ‘민영화해야 선진경영기법을 배운다’고 우긴다. 정말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도 아니고”(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 왈). 노후보장을 위해선 아무래도 국민보단 맥쿼리인가? 국무회의에서는 몰래 한-일 군사협정을 맺기로 결정했다가 들통이 났다. 밀실 기만 잔꾀 3종세트 다 갖췄다. 아무런 공론화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공개하는 일반안건을 피해 즉석안건으로 처리했다. 중요한지 몰라서 공개 안 했다느니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느니 둘러대다 결국 일본이 준비가 안돼 그랬단다(어느 나라 정부니?). 해방 이후 일본과의 첫 군사협정임에도 ‘군사’라는 단어를 빼고 ‘정보보호협정’이라 이름붙였다.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를 파견해 자국민을 보호하겠다, 납북 일본인을 한국을 거쳐 비행기로 구출해오겠다, 하는 ‘의욕’을 몇년 새 부쩍 보였다. 단지 일본의 군사적 팽창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끊임없이 중국을 의식하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지휘/감독’하며 동북아 패권 라인을 유지하려 압력을 넣고 있고,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뭉치는 건 시간문제이다. 한반도는 ‘공식적으로’ 참/원조/신냉전의 중심이 된다. 대체 이게 중요한지 몰랐다니, 정부 대변인을 포함해 국무위원들, 저녁이 있는 삶은 고사하고 정신이 있는 삶을 살고 계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