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년 만의 가뭄으로 산천초목이 타들어가는 나라의 대통령이 40년 만의 가뭄으로 일부 지역에 비상사태까지 선포된 나라에 가서 “우린 가뭄 극복 잘한다”고 자랑하는 걸 어떻게 봐야 할까. 글로벌하게 한마디로, 아 유 크레이지?
그분이 나라 밖에서 ‘자랑질’하는 와중에도 전국의 논밭은 쩍쩍 갈라진다. 어지간한 물길은 바닥을 보이고 작황은 비상이다. 양파가 포도알 크기이고 마늘은 손톱만 하고 감자는 아기주먹 굵기다. 도시 가로수도 시름시름(나처럼 나무 기운 많은 인간들도 덩달아 비실비실), 이상고온까지 가세하니 보이는 모든 게 말라붙었다. 4대강 공사 주변 일부 논밭은 시름이 더 깊다. 경운기로 손쉽게 퍼올려 쓰던 강물이 “뻔히 보고도 쓰지 못해 환장할 지경”인 그림의 떡이 됐다. 접근하기 어려워지고 강둑 경사가 심해져 어지간한 장비로는 물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탓이다.
정부는 대형 보 16개로 확보한 물을 농경지에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홍보에 나섰는데…, 대체 어디? 본류에 물그릇을 만들어 아무리 많은 물을 채운들 일찍이 국토해양부가 인정했듯이 산간/도서/연안 등 머나먼 취약 논밭에는 보낼 수 없다. 가까운 논밭도 관로가 없어 소용이 없다. “(덕분에) 홍수와 가뭄 모두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4대강은 어디이고, “1800km 자전거길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는 국민소통(응? 참으로 뜬금없이 끼어든 단어)과 녹색생활은 어디에 있나. 선무당이 사람도 강도 잡는다.
반짝 대책 시늉만 하거나 “가뭄은 오해”라고 우기거나 심지어 4대강 사업 덕을 봤다고 사기치지 말고, 실효성있는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 모르겠으면 김진애 전 의원에게 족집게 과외라도 받던지. “가뭄 대비엔 크지 않고 많은 저수지, 홍수 대비엔 저류지와 습지와 자연강변이 정답. 선진방식이자 아주 오래된 자연방식!”이란다.
청계천이며 4대강이며 온갖 물장난은 다 치고도 ‘치수’에 실패한 그분 치하에 오죽하면 ‘29만원 두피노출 할배’가 사열이다 흉상이다 설쳐대실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너보다 덜 나쁜 거 같으신가요? 아니면 다음 정권에 대한 믿음이 생기셨나요?
장마가 올 텐데 가뭄 끝에 단비라면 다행이나, 홍수라면… 으악. (요샌 폭주족들의 소음도 빠라빠라빠라‘빡’으로 막 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