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는 게 나을 뻔했어, 라는 말을 해본 사람이라면 ‘자기 생각의 자유’를 의심할 정도겠다. 이분, 해맑으신 건가 다크하신 건가. 당내 민주주의를 무시한 이유로 사퇴 압력을 받는 통합진보당 두 의원에 대해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선 안된다”고 하셨다. 의도적인 덧씌우기가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잘 모르시는 거 같다. 후자일 가능성이 많다. 온 국민이 다 아는 연합뉴스 파업 사실조차 모르고 계셨던 분 아닌가.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새누리당 대표는 대북 정책 견해를 밝힌 총리 출신의 제1야당 대표 후보에게 국회의원 자격심사를 해야 한다고 하고, 새터민에게 술주정한 국회의원에게 공개 전향을 요구하는 논평까지 나왔다. 따를 종자를 굳이 써야 한다면 ‘종북’이 아니라 ‘종박’이 더 심란하다. 종북은 실체가 없지만 종박은 이렇게 엄연하잖아. 이런 무리에서 우두머리가 기본 ‘팩트’에 약하다는 것은 심각한 왜곡과 과장을 불러일으킨다.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과 패권주의 문제도 하루아침에 북한 인식과 이념 문제로 바꿔치기됐다. (어휴. 이 와중에 안 궁금해요. 북핵, 북한 인권, 3대 세습 3종 시험 문제는 당직자 뽑을 때나 출제하세요.)
김문수 아저씨가 좀 있어 보이게 말하려고 그랬는지 용북주의자들 운운하셨던데, 진정한 용북(用北)세력은 새누리당과 사익매체들이다. 미운 놈 찍어내기에 종북 낙인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고 여기는 신문들은 새로운 ‘소스’가 없다보니 과거 친북했다가 이제는 반북하는 ‘전향’ 인사들을 등장시켜 옛 이야기 하고 또 하는 폭로 퍼레이드를 벌이고, 인정 투쟁에 급급한 이들 인사들은 마이크만 잡으면 옛 동지와 조직을 공격한다. 단지 과거 행태만 들먹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을 협박하고 욕보인다. 위험한 인물들이 섞인 야권 연대는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너절리즘’을 근거로 새누리당은 무차별 색깔 공세에 나서고 그 당 일인자의 눈치를 보는 대통령까지 뜬금없이 가세해, 이보다 더 키치적일 수 없는 종북쇼가 펼쳐지고 있다. 이성도 토론도 정치도 실종된 종북치고 장구치는 색깔쇼에 대응하는 유일한 길은 “(가운뎃손가락 세워) 손 머리 위로, 모두 함께 소리 지르지 마. 쉿!”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