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유망한 직장’으로 꼽히는 어느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서른 즈음의 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여자뿐이었다. “왜 여기는 젊은 남자 직원이 없어요?”라고 물었더니 돌아온 말이 이렇다. “안 그래도 신입 중에 남자가 너무 없어서 임원 면접까지 올라가는 남자가 있기만 하면 웬만하면 다 뽑아준다는데, 거기까지 올라가는 남자가 없어요. 요즘 그래요.” 저출산의 원인 중 단골로 꼽히는 경제적 어려움은 조금 더 부연되어야 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돈을 더 많이, 안정적으로 버는 맞벌이 가정이 드물지 않다. 아내의 임신이 유발할 수 있는 휴직과 실직의 문제는 우리의 부모가 30~40대이던 시절, 아버지가 병가로 일을 쉬거나 그만두는 정도의 무게를 갖게 되었다. 멀리 볼 필요도 없이, 30대 중후반에 커리어적 성취를 거두고 결혼을 하는 내 친구들의 절대다수가 남편보다 돈을 더 잘 번다(지난 1년 내가 신부쪽 하객으로 참석한 결혼식 중 세개는 신랑의 직업이 ‘미정’이거나 ‘미상’(신부가 밝히지 않았다)이었다). 해나 로진의 <남자의 종말>은 이런 현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남자의 종말>에서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2장 ‘기울기가 달라지는 시소 결혼’과 5장 ‘여학생을 거부하고 싶은 대학들’, 그리고 8장 ‘골드 미스 분석’이다. 이중 ‘골드 미스 분석’은 아시아의 사례를 집중 분석하고 있다. 한국에는 자원이 없으니 노동자가 주요 자산이었고, 여자들에게도 교육이 권장되었다. 세계은행의 아시아 전문가인 인구 통계학자 모니카 다스 굽타는 한국의 남아 선호 현상은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니 결혼이 이제까지와 같을 수는 없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여자는 자신보다 교육 수준이나 지위가 높은 남자와 결혼하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전세계적으로 그 추세는 거의 사라지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심지어 역전되기 시작했다. 프랑스, 헝가리, 이스라엘, 포르투갈, 브라질, 벨라루스, 몽골, 콜롬비아 등 여러 국가에서, 이제 여성 대다수는 하향 결혼을 한다.” 한국과 대만의 30대 여성들은 다섯명 중에서 한명꼴로 독신이다. 이유? 한국 워킹맘들은 남편의 가사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으며, 회사 술자리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야 하고, 시월드의 간섭을 받아내야 한다. 그래서 해나 로진은 이렇게 분석한다. “요즘 한국 여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래 희망이 ‘외교관’이나 ‘글로벌 리더’인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 여성은 일찌감치 고등학교 때부터 탈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지금 아시아에서 부상하고 있는 문제는 유혹의 위험이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성적 무관심의 위협이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변화하는 여성과 변함없는 남성은 서로를 살펴보고는 상대가 인생의 동반자로 완전히 부적합하다고 여기는 바람에 아시아는 ‘짝 없는 외기러기들’로 가득하게 되었다. 책을 덮으며 한숨을 크게 내쉬고 떠오른 한마디. 남자, 종말하지 마.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