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서울턱별시’ 중심가에 가면 어질어질하다. 영화관에 가도 적응을 못하겠다. 상영작부터 팝콘까지 대기업 취향에 맞춘 메뉴만 취급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멀티하게 플렉스한 공간의 소음과 공기, 인공광을 견디기가 힘들다. 40줄에 들어선 나도 이 모양인데 할매와 할배들은 어떨까. 서울의 마지막 단관 극장인 서대문아트홀(옛 화양극장)이 있는 건물마저 부서진단다. 극장 운영자와 주로 노년층인 이용객들, 상인들의 반발을 뭉개고 이 자리에 신라호텔이 운영하는 25층짜리 비즈니스 호텔이 들어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건물 곳곳에 시뻘겋게 철거 글자가 그려져 있다. 명도소송 결과가 나기도 전에 외양부터 일부러 흉물스럽게 만든 것이다. 전임 시장이 엉뚱하게 갖다붙이긴 했으나, 도시를 가장 아름답게 혹은 살 만하게 만드는 것은 ‘스토리텔링’이다(있는 스토리 없애고 없는 스토리 지어내려 한 것이 그의 패착이었다). 1964년에 문을 연 이 극장은 수많은 스토리를 쌓았다. 그 스토리 다 밀어내고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호텔이라…. 그렇게 만들어질 스토리, 참으로 부박하다.
통합진보당 당원명부를 통째로 압수한 검찰을 보면서, 일명 ‘명도회사’로 불리는 시행사의 횡포가 겹친다. ‘공구리 공화국’에서 오랫동안 활약해온 이들의 악행은 화려하다. 이들이 싹쓸어놓으면 시공사(건설사)가 짓고 분양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붉은 글씨를 써갈기(며 야권을 흠집내)거나, 굴착기를 동원해 (정권 비판/반대 세력을) 밀어붙이는 ‘철거용역’ 역할이 아닌 것 같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비례 경선에서 저질러진 부정을 조사한다지만, 온몸으로 통합진보당의 자체 사태 수습을 막아서는 모양새이다. 과잉수사이자 명백한 정치개입이다. 축구장을 지키던 안전요원이 경기가 맘에 들지 않고 관중의 불만이 많으니 아예 내가 뛰겠다고 나선 꼴이다. 다른 정당들이 적당히 나눠먹는 비례대표를 제대로 뽑자고 한 와중에 벌어진 일이었고, 박터지게 해결방법을 찾는 중이다. 백번 양보해 선거인명부로도 충분한 것을 왜 전/현 당원명부까지 싹쓸이해가냔 말이다. 심지어 야권단일화 경선까지 수사할 방침이라니. 19대 국회의 검찰개혁을 차단하려는 게 아니라면,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하면서까지 이런 칼춤을 추는 이유가 설명이 되질 않는다. 대체 누가 체제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