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언니가 여성할당이 아닌 선출로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됐다. 2등으로. ‘박근혜 아우라’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결과일지 모르나, 경제 문제에 집중해온 것이나 친박으로 일관되게 처신해온 것도 언니의 정치력이라면 정치력이다. ‘잡음없는’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보며, 이 사람들 참으로 담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줄로 줄 잘 서고 잘 세운다. 불법사찰의 ‘머리’인 VIP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고 VIP께 각별한 총애를 받았던 이들이 줄줄이 쇠고랑 찼지만, 당명과 잠바 색깔을 바꾼 새누리당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줄도 잘 서고 편도 잘 나눈 덕이다. ‘돈으로 뭉친 사익집단’인 ‘친이’ 따위는 개가 물어간데다(무는 척만 하나?), 충성도에 따라 ‘친박’, ‘범박’, ‘비박’ 가르마 타고 이익을 배분하면 되니, 정책이나 명분, 철학 따위로 다툴 필요도 없다. 어쩌면 새누리당 역사에서 가장 평화로운 때인 듯하다. VVIP 1인 치하의 이런 깔끔 담백함과 지금이 21세기라는 것이 참으로 엇박자라는 것 외엔.
동네 건물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와 얘기를 나눌 일이 있었는데, 이분은 박근혜 지지자다.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고단해서란다. 박정희 시대에는 그래도 열심히 일하면 생활이 나아졌는데 지금은 한치 앞이 안 보인다고 했다. 최근 <한겨레> 창간 24돌 기획 ‘가난한 민주주의’를 보면, 경제적으로 하층에 속한다는 사람일수록 새누리당 지지세가 강했다. 빈곤층일수록 정보도 빈곤했다. 대부분 텔레비전을 통해 얻는다. 한달 2만~3만원의 인터넷 사용료도 큰 부담이 되는 탓이다. 정보 격차의 현주소다. 무엇보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느라 정보를 취사선택할 시간도 기력도 없다. 박근혜 시대가 된들 생활이 나아지리라 믿진 않지만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게 아주머니의 희망이라면 희망이다.
한때는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 되겠다던 정당이 묵은 고름 짜내듯 극심한 진통을 하고 있다.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낀다. 이 정당의 시즌2를 도모하며 당원 가입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동지는 먹고 튀어도 VIP는 침묵하는 나라에서,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 이익과 정반대의 선택을 하는 것을 보며, 소신 때문이건 절박함 때문이건 깃발이라도 붙잡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앞서서 가지 않아도 된다. 부디 제대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