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킹한 사건이 초 단위로 터지는 이 세상에서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또 있겠냐 싶지만 그렇지만도 않은 게 현실이다. 김태용 감독과 탕웨이의 열애설은 그중 하나였다. 어찌나 그럴싸한 정황이 제시되던지 하마터면 그 열애설을 믿을 뻔했다. 영화계에서 김태용 감독은 수많은 여성들이 흠모해온 대상이니 뭐 그럴 수도 있지 않냐고 말이다. 하긴 그 나긋나긋한 말투며 총총한 눈빛을 보면 여성들이 빠져드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심정적으로는 그래도 탕웨이는 너무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질투심이 활활 타오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가뜩이나 탕웨이가 서울에서 김태용 감독을 비롯한 영화인들과 술자리를 가졌을 때 나를 부르지 않은 것에 앙심을 품고 있었던 터 아닌가. 결국 열애설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그래서 매우 안도했지만) 김태용 감독과 탕웨이가 상처를 입은 건 확실해 보인다. 우리 같은 입장에서야 그런 대단한 열애설의 주인공이 되는 것만으로도 부럽다고 할 수 있겠지만 당사자가 겪어야 했던 고통은 꽤 컸으리라 짐작된다. 부디 두분 모두 안 좋은 기억을 싹 털어내시길 바란다.
그들의 근거없는 열애설에 영화 <노팅힐>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나 또한 휴 그랜트가 기자회견장에서 질문을 던지고 하는 그 영화의 후반을 보며 빙긋 미소지었지만, 동시에 ‘세상에 저런 일이 일어나겠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번 열애설 해프닝은 어쩌면 영화처럼 드라마틱한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한 듯 보인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있나 보다. 김태용-탕웨이 열애설과 비슷한 시기에 또 하나의 깜짝 놀랄 일이 펼쳐졌는데, 그건 안철수 후보의 사퇴였다. 안철수 전 후보를 열성적으로 지지했던 사람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깜놀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어떤 정묘한 정치적 포석이 숨겨져 있는지 파악할 길은 없지만, 엄청난 용기와 결단력에 기반한 선택이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며칠 뒤 참모진과 만난 자리에서 안철수 전 후보는 잠행하는 동안 “영화를 봤는데 제 생활이 더 드라마틱해서 그런지 재미가 없더라”고 했다는데, 오죽했으면 <도둑들> 같은 영화가 덤덤하게 느껴졌을까 어렴풋이 짐작만 할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드라마틱한 삶이 어디 안철수 전 후보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랴. 한국의 정치판이, 경제판이, 검찰 등 권력판이, 그리고 영화판이(심지어 <영화판>이라는 영화가 나올 정도로) 지독하게 드라마틱하지 않은가. 그러니 우리 또한 드라마틱하게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런 삶을 꾸리다 보면 안 전 후보처럼 영화에 재미를 못 느낄 법한데도 올해 한국영화는 대흥행을 기록했으니 아이러니로 느껴진다.
한국영화의 지난 1년을 현장 사진으로 정리하는 이번 특집기사를 보면서 각 영화에 얽힌 각자의 추억과 함께 자신의 ‘드라마틱 라이프’를 되돌아보셔도 좋을 것 같다. 다가오는 대선판이라는 블록버스터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