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에 참여한 스탭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김태경 촬영감독, 김홍집, 이진희 음악감독, 조상경 의상감독, 김시용 미술감독 등이 <26년>을 위해 뭉쳤다. 투자자들의 면면은 화려하면서도 이색적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26년>의 1호 투자자로 나선 가수 이승환이다. 가수 이승환이 아닌 ‘투자자’ 이승환, 김태경 촬영감독, 김홍집, 이진희 음악감독에게서 <26년>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투자자 이승환

<26년>의 1호 투자자인 가수 이승환은 요즘 영화 홍보의 최전선에서 활약 중이다. “의무감보다는 애착” 때문이다. 그는 올해 3월 우연히 <26년> 제작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봤다. 이어 웹툰 <26년>을 찾아봤고, 강풀 작가에게 먼저 연락을 건넸다. 그러곤 <26년>에 덜컥 투자하기로 결정한다. “웹툰이 워낙 재밌었다. 작품이 가진 힘만으로도 우직하게 흥행할 거라 생각했다.” 거기엔 “충동적인 성격”도 한몫했다. “내뱉은 말은 무조건 지킨다는 신조”를 이번에도 따랐다고 한다. 수중에 돈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마침 티켓예매 사이트로부터 공연 제안을 받았고, 예정에 없던 연말 공연을 수락하면서 돈을 빌릴 수 있었다. 그 돈을 영화에 투자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투자는 <26년>이 개인투자자를 불러모으고, 제작두레를 진행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했다.

이승환은 “투자로 이득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이 영화를 많이 봐서 역사 인식이 새롭게 정립됐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용산참사 유가족 돕기 공연 등에 모습을 나타냈다. “기득권을 갖고 싶어 하는 어른이었다면 모르겠지만, 내가 좀 아이 같고 때가 덜 묻었다.” 이승환은 <26년>에 이어 <밤의 여왕>에도 투자를 했다. 그런데 이제 영화 투자는 그만할 거란다. “저한테 시나리오 보내지 말아달라고 기사에 꼭 써달라. 당분간 공연해서 돈 갚아야 한다. (웃음)”

촬영감독 김태경

조근현 감독은 <26년>의 스탭 구성을 “10년 넘게 영화판에서 겪고, 듣고, 본 스탭 중 진정한 선수들의 조합”이라고 설명했다. <은교> <카운트다운> <모던보이> 등의 촬영을 담당한 김태경 촬영감독 역시 ‘진정한 선수’ 중 한명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선수라 하더라도 턱없이 짧은 사전 준비 기간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찍어야 하고 그냥 달려야 하는 상황”에서 김태경 촬영감독이 터득한 건 “배우의 느낌이나 공간의 느낌을 최대한 반영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순발력있게 찍는 것”이었다. 강연회 자리에 참석한 ‘그 사람’의 얼굴을 극단적 클로즈업으로 잡아낸 장면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찾아낸 앵글이다.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의 이미지를 뭉뚱그려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눈코입을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찍으면 연상작용이 덜할 거라고 생각했다. 화면의 중심이 이마가 되는 이 앵글이 직관적으로 좋았다.”

<26년>은 인물의 심리는 물론이고 사건과 상황을 임팩트있게 보여주는 게 중요한 영화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황을 인상적으로 찍는 게 목표였고,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톤을 잡는 게 중요했다.” <26년>의 촬영 컨셉은 “차갑고 힘있게”였다. “배우들의 감정은 무지하게 뜨겁다. 하지만 그걸 찍는 카메라의 태도는 차가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묘한 조화가 <26년>의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김홍집

이진희

음악감독 김홍집, 이진희

<돈의 맛> <화차> <하녀>의 김홍집 음악감독과 <내 아내의 모든 것> <이층의 악당>의 이진희 음악감독이 <26년>으로 만났다. “일정상의 어려움도 있었고, 좀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 김홍집 음악감독이 평소 팬이었다는 이진희 음악감독에게 공동작업을 제안했다. 두 음악감독은 장르영화라고 해서 더 어려운 건 없다고 했다. <이층의 악당>으로 데뷔하기 전 이진희 음악감독은 “갖가지 스릴러 음악을 많이 만든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26년>은 낯설기보다 “익숙한 작업”이었다고. 두 사람이 <26년>의 음악 작업을 하면서 이것만은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무엇이었을까. “<26년>은 드라마도 세고, 정서도 센 영화다. 그런데 쿵쾅쿵쾅하는 액션보다는 감정이 좀 보였으면 싶었다. 음악으로 마음이 보이는 액션을 표현하고 싶었달까.”(김홍집 음악감독) “그런데 또 신파로 만들지는 말자고 했다. 영화보다 음악이 앞서는 건 나도, 김홍집 음악감독도 좋아하지 않는다.”(이진희 음악감독) 두 사람은 영화에서 음악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이라는 생각을 공유했다. 김홍집 음악감독이 덧붙였다. “영화를 하면 할수록 배우의 힘이 크다는 생각을 한다. 배우의 움직임이나 눈빛에 관객이 더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음악,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다. <26년>에서도 진구씨의 눈빛이 상당히 좋지 않던가.” 이들이 생각하는 영화음악은 최소한의 음악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