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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치의 짝사랑 <음치클리닉>

28살의 성우 나동주(박하선)는 구제불능의 음치다. 애니메이션 더빙 도중 노래 실력 때문에 구박을 받던 그녀는 급기야 녹음실을 박차고 나온다. 졸지에 백수가 된 그녀 앞에 10년 동안 짝사랑해온 고교 동창 민수(최진혁)가 다시 나타나고, 얼결에 다른 동창생의 결혼식 축가를 맡게 된 동주는 이참에 민수의 애창곡을 마스터해 그의 마음을 사로잡기로 마음먹는다. 그녀가 찾아간 곳은 ‘Dr. 목 음치클리닉’, 그곳에는 타고난 음치마저 노래경연 스타로 탈바꿈시키는 명강사 신홍(윤상현)이 있다. 동주는 추레한 외모에 불쾌한 냄새마저 풍기는 신홍이 영 마뜩잖다. 첫 만남부터 티격태격거리던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강도 높은 속성훈련에 돌입하게 된다.

<음치클리닉>은 <청담보살> <위험한 상견례>를 만들었던 김진영 감독의 새 작품이다. 친근한 소재를 코믹한 에피소드로 풀어내던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 역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웃음기 넘치는 상황들을 버무려내고 있다. 음치의 짝사랑이라는 갈등 하나만 가지고, 돌출된 악역도 없이 많은 캐릭터들을 조율해낸 것은 영화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음치클리닉>에는 여러 조연과 카메오들이 등장한다. 화려한 언변을 갖췄지만 계속 빈틈을 노출하는 클리닉 원장(박철민)과 빈대떡의 달인으로 딸의 애교에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는 동주 엄마(김해숙)를 비롯해 탁월한 저음을 가졌지만 노래만 부르면 말을 더듬는 중년의 아저씨, 특전사 출신의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음치 아줌마, 걸그룹을 꿈꾸는 사고뭉치 여중생 등 클리닉을 둘러싼 인물들의 각양각색 사연이 영화의 단순한 플롯에 양념처럼 더해진다.

<음치클리닉>은 이들의 난관이 기적처럼 극복되는 식의 판타지를 내세운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극복이 요원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험난한 과정에서 그래도 한번쯤은 좋아하는 이에게 그럴싸한 노래를 들려줄 수 있으리라는 소박한 기대를 전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같은 균형감이 각각의 에피소드에서까지 유지되지는 못한다. 코미디영화라고 해서 재기발랄한 상황들로 들어찰 필요는 없겠지만, <음치클리닉>의 에피소드는 다소 안이한 측면이 있다. 특히 두번의 콘서트 장면이 등장하는 후반부에서는 갈등을 풀어가는 익숙한 방식이 영화가 의도한 감동마저 흐려버리는 느낌이다. 관성적인 선택은 때로 친근한 분위기를 유도하지만, 안전함이 곧 대중적인 재미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주연배우 박하선과 윤상현은 그동안 드라마나 시트콤에서 보여준 코믹한 연기의 연장선상에서 유쾌한 앙상블을 보여준다. 특히 박하선은 다채로운 표정과 슬랩스틱을 선보이며 극을 능란히 이끌어낸다. 그러나 그녀의 사랑스러운 연기도 이야기 틀 자체의 한계를 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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