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만의 사과다. <할리우드 리포터> 창립자 빌리 윌커슨의 아들이자 현 사장인 윌리 윌커슨이 매카시즘 광풍이 불던 시절 자신의 아버지가 저지른 ‘마녀사냥’을 사과했다. 윌리 윌커슨은 최근 <할리우드 리포터>에 ‘할리우드의 홀로코스트’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어 “가족을 대표해,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희생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1947년 11월25일, <할리우드 리포터>는 할리우드의 공산주의자 10명, 이른바 ‘할리우드 10’의 명단을 잡지에 공개한다. 블랙리스트엔 달튼 트럼보를 비롯해 레스터 콜, 링 라드너, 허버트 비버만 등 당시 할리우드의 유명 작가, 감독, 배우들의 이름이 올랐다. 1950년을 전후로 공산주의자 색출에 혈안이 돼 있던 미국사회는 <할리우드 리포터>의 보도를 바탕으로 좌파 영화인들을 불러 조사를 벌였고,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은 이들을 의회모독죄로 기소했다. 미국영화협회(MPAA)는 거기에 장단 맞춰 ‘할리우드 10’을 영화계에서 쫓아냈다.
윌리 윌커슨은 자신의 아버지가 블랙리스트를 발표한 건 “할리우드에 스튜디오를 소유하고 있던 거물급 영화인들에 대한 복수” 때문이었다고 설명한다. 빌리 윌커슨은 할리우드에 영화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거대 스튜디오의 소유주들은 자신들만의 클럽에 그를 불러주지 않았다. 빌리 윌커슨은 스튜디오를 세우는 대신 1930년에 잡지 <할리우드 리포터>를 창간한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 할리우드의 공산주의자 및 동조자들의 명단을 잡지에 싣기 시작한다. 빌리 윌커슨은 스튜디오 소유주들의 삶을 파괴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스튜디오 소속 배우, 작가, 감독들에게 공산주의자 딱지를 붙이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윌리 윌커슨은 칼럼의 말미에 “아직 그 누구도 당시의 희생자들에게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 사과가 필요하다. 아버지가 살아 계셨다면 아마도 그렇게 하셨을 거다”라고 썼다. 아들 윌리 윌커슨의 뒤늦은 사과라도 이렇게 들을 수 있어 다행이다. 우리 사회에도 사과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