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분토론 다음날 건강검진이었는데, 이번에도 노심초사 결과표 기다릴 판이다. 내 나이에도 밤잠 설치면 괴로운데 나이 든 분들은 어떨까. 그냥 박근혜 찍으라는 뜻인지. 자정이 넘도록 TV 앞에 앉아 ‘공영’ 방송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공개적으로 확인했다. 방송3사에 중계방송된 방송기자클럽 토론은 앞선 두분과는 달리 한분에게만 후광 조명을 비췄다. 몸 전체에서 은은하게 빛이 나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가 연출되는 효과를 거뒀다.
박근혜 후보는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시험 금지, 중학교 자유학기제 도입, 오후 5시까지 방과후 수업 무료 제공 등을 약속했다. 소득에 따라 대학 등록금을 지원해 전체적으로 50% 감면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야권이 단일화로 정신없는 동안 방송의 후광을 받으며 신나게 ‘지르고’ 계시는 듯했다. 대학 입시나 고교 서열화에 대한 문제의식도 재정 고민도 없이 나온 교육공약으로 평가받았는데, 과연 내용을 다 알고 발표하시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번 대선처럼 ‘전선’이 보이지 않는 선거도 없었던 듯하다. 야권 단일화로 엉뚱한 곳에 선이 그어지기도 했고 진보정당들이 패가망신해 그쪽에서 나올 선명한 노선과 정책들이 묻힌 면도 있지만 보통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해도가 극히 낮은 분이 모순적인 정책들을 ‘질러댄’ 탓도 크다고 본다. 어제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놓고는 오늘 “노무현 정권 때 등록금이 제일 많이 올랐는데 왜 그걸 새누리당 보고 책임지라는 거냐”고 공격한다. 경제민주화로 국민행복을 추진하겠다면서 추진위원장으로 앉힌 사람 손발을 다 묶어놓고는 그분 할 일은 끝났다고 한다. 100개가 넘는 경제민주화 법안 중 유일하게 법사위에 올라온 유통법 개정안에도 새누리당은 끝내 딴죽을 걸었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면서 대형마트 규제를 회피하는 건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거다. 안보를 그렇게나 강조하시는 분이 전임 대통령 NLL 포기 발언 의혹 제기에 앞뒤 안 재고 국정원 대화록 공개를 요구한다. 왜 이러실까. 본인의 발언에 답이 있다. “계층과 지역의 문제를 경청해 원하는 대로 정책을 내놓는 게 소통”이란다. 실현할 의지도 목적도 없이 들은 대로 내놓은 정책은 소통이 아니라 쇼다. 기왕 쇼를 하려면 일관성이라도 있어야지. 아무래도 박근혜 후보와 갸루상이 갖지 못한 네가지를 따져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