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단 말씀부터. 지난주 칼럼에서 이시형씨가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했다고 술술 분 모양이라고 썼는데, 정작 밤 늦게까지 진행된 특검 조사에서는 본인이 다 한 거라고 뻗댔나보다. 그 직전까지의 변호인 얘기나 청와대 반응, 지인의 언론 인터뷰, 결정적으로 본인의 검찰 수사 때 낸 서면진술서와 모두 어긋난다. 심지어 진술서도 대필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역시…. 내가 그들을 너무 몰랐다. 부동산실명법 위반에는 통상 벌금이 부과되는데 내곡동 사저 정도의 덩어리라면 2억∼3억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욕을 먹더라도 돈을 지키겠다는 소신이 돋보인다. 가히 남산 위의 저 소나무가 부러워할 철갑이다.
이 지경에 이르기 전에 보통 아버지라면 없던 죄도 뒤집어 쓰는데, 뻔히 보이는 죄(매입 당시 청와대 경호처장 왈 “대통령이 내곡동 땅 둘러보고 오케이하니까 샀지”)도 뭉개고 덮으려 하니 볼썽사납다. 청와대 직원들을 시달리게 하는 건 특검이 아니라 각하 내외다. 진작에 잘못을 시인하거나 검찰 수사라도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 추운 날 이 많은 사람들이 특검 사무실 앞에서 진칠 필요도 없을 텐데. 나랏돈을 아끼는 건 물론이고 말이다. 유력 대선 후보께서 나랏돈이 아깝다며 국민의 참정권 확대까지 막아서는 이 마당에 말이다(투표시간 2시간 연장에 돈이 든다고 반대하다니. 이보다 더 옹색할 순 없잖아. 브라우니! 뭐해).
대선이 불과 50일도 안 남은 시점에 무슨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 법을 고치냐는 말도 옹색하다. 엄연히 정기국회가 열리고 국회의원들은 업무 중이다. 지난 봄 국회의원 선거날에도 직장인 두명 중 한명은 정상근무했다. 직장인 평균 퇴근시간과 귀가동선을 고려하면 오후 8시도 가쁘다. 9시까지는 돼야 서둘러 투표하고 짜잔 출구조사 결과 보며 한잔하지. 한마디로 투표율이 높아지는 게 싫다는 건데, 그런 분이 100% 대한민국이니 국민대통합이니 하는 수사는 왜 그리 즐겨쓰시나 모르겠다. 그리고 매번 왜 그리 ‘팩트’가 달리실까. 우리나라 선거일은 공휴일이 아니에요. 정말 본인이 믿는 대로 말씀하시고 말씀하시는 대로 믿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분이셔. TV 토론은 물론 각종 대담까지 기피해 대선전이 사진전이 되게 만드는 데 앞장서는 이유도 짐작이 된다. 믿음에 영 자신이 없으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