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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뉴스] 성소수자들이 자유로워지는 그날까지

영화 <페이싱 미러즈>가 몰고 온 이란의 커밍아웃 바람

<페이싱 미러즈> 포스터.

이란에 커밍아웃 바람이 불고있다. 지난주 테헤란에서 개봉한 영화 <페이싱 미러즈> 때문이다. 페레쉬테 타에르푸르 제작, 네가르 아자르바야니 감독의 이 영화는 트랜스섹슈얼리티 문제를 다룬 첫 이란영화다. 성전환 수술을 받기 위해 가족을 떠난 소녀 아디네가 택시기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라나를 만나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이야기로, 지난 6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LGBT영화제 아웃페스트에도 초청된 바있다. 이 영화의 개봉 뒤 이란의 성소수자들은 이슬람 문화권에서 금기시되어온 성정체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를 기대하며 입소문을 퍼트리고 있다. 실제 트랜스젠더로 유명한 이란 배우 사만 아라츠도 열렬한 지지자 중 하나로 나섰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성문제를 기피해온 국영TV와 라디오 채널들도 <페이싱 미러즈>에 대한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감독조차 몰랐던 사실은 이란이 미국을 포함해 성전환 수술이 합법화된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라는 것. 1987년, 국영TV에서 일하던 마리암 카툰 몰카라는 본인 또한 성전환자로서 트랜스젠더 인권운동에 앞장선 지 십여년 만에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 툴라 루흘라 호메이니로부터 성전환 수술 합법화 승인을 받아냈다. 이후 현재 이란은 성전환 수술이 타이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나라가 됐다. 심지어 성전환자는 새 신분증까지 발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게이, 레즈비언은 여전히 사형에 처하는 이란에서 대부분의 성소수자들은 자발적으로, 혹은 부모들에 의해 울며 겨자 먹기로 성전환 수술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란의 LGBT 커뮤니티에 관해 연구한 브란웬 로버트슨은 그 이유를 “이란의 법은 호모섹슈얼리티는 중죄로 다루고 트랜스섹슈얼리티는 과학적으로 ‘교정이 가능한’ 비정상적 상태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페이싱 미러즈>로 인해 촉발된 논의도 지속적으로 섬세하게 다루어져야만 할 것이다. 그전까지 이란의 성소수자들이 국가와 사회의 압박에서 벗어날 그날은 아직 요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