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2
제1금융에서 4500억원 쏟는다
김성훈 2012-11-13

③자본-막힌 돈줄 뚫어줄 새로운 투자자는 없나

지난 몇년간 영화계에 유입된 신규 자본은 거의 없었다. 금융자본이 포함된 영화 관련 펀드 역시 없었다. 다른 산업에 비해 수익률이 낮은 영화는 2007년 산업의 붕괴를 겪으면서 투자자들에게 더이상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었다. 기존의 투자배급사와 창업투자사 역시 “위축까지는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신중해진 건 사실”이라고 조심스러운 투자로의 방향 선회를 인정했다. 그나마 지난 2, 3년간 적지 않은 영화가 제작될 수 있었던 건 “2010년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30%, 민간기업이 70%를 출자해 2천억원을 조성한 모태펀드(올해 상반기 모태펀드 영화 투자규모는 25편, 총 484억원으로, 편당 평균 19억3600만원이 투입됐다) 덕분”이라고 영화계는 한목소리로 말한다.

IBK 기업은행 문화콘텐츠사업팀 창설

그러나 올해 들어 영화산업 금융지원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제1금융권이 있다. IBK 기업은행 문화콘텐츠사업팀이다. 과거 여러 은행이 부분투자를 한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은행이 영화산업 금융지원과 관련한 사업팀을 꾸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IBK 기업은행 문화콘텐츠사업팀은 영화, 방송, 게임, 애니메이션 및 캐릭터 사업, 공연 및 음악, 디지털 콘텐츠 등 총 6개 장르를 대상으로 연 1500억원, 3년간 4500억원 규모의 대출 기금을 마련했다. 문화콘텐츠사업팀 정성희 팀장은 “올해 초 사업팀을 꾸릴 때 은행 안팎에서 반대가 심했다. 콘텐츠 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수익률이 낮은 데다가 투자 회계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화산업이야말로 미래를 여는 동력 산업’이라는 CEO의 철학과 의지 덕분에 어렵게 꾸려질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콘텐츠 분야 전문가 3명을 외부에서 영입해 은행 내부의 금융 전문가와 함께 팀을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투자가 아닌 대출 기금이다.” 은행의 주고객이 중소기업인 만큼 이들은 제작사를 상대로 대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첫 콘텐츠 사업인 만큼 기업은행은 투자가 아닌 대출 지원 형식을 택했다.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와 함께 3년간 1388억원 규모로 조성된 ‘문화콘텐츠 강소기업 전용 펀드’를 통해 기업은행 문화콘텐츠사업팀은 최대 2%까지 금리 감면 혜택 등 저리의 자금을 제작사에 지원한다. 다른 산업에 비해 담보력이 약한데, 은행 지점에서 손쉽게 대출을 받는 게 가능할까. 정성희 팀장은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보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제작사와 논의를 많이 한다. (제작사가) 필요하다면 재무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며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24개의 기업은행 지점에 콘텐츠 디렉터라는 담당자를 배치해 그들과 콘텐츠 산업 관련 대출상담을 원활하게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 형식으로 최대 2%까지 금리 감면

이같은 제1금융권의 움직임을 두고 영화인들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이하 PGK) 조정준 대표는 “제1금융권이다보니 신용 평가가 까다롭다. 개인 신용도가 지원 여부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지점마다 대출 기준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며 “그러나 장점이 분명 있다. 대출 금액이 적게는 2천만원, 많게는 1억원 미만 정도다. 무엇보다 이자율이 낮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초기 기획개발비가 부족한 프로듀서들에게 아주 유용한 제도인 것 같다”고 IBK 기업은행의 대출 지원 사업에 만족해했다. 한 프로듀서는 “기획개발비 명목으로 대기업으로부터 수천만원 정도를 지원받으면 최악의 경우 작품의 저작권도 빼앗길 수 있는데, 은행의 대출 상품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편하다.

현재 IBK 기업은행 문화콘텐츠사업팀은 3편의 한국영화와 CG, VFX, 제작사 등 10개 회사에 저리의 대출을 지원하는 등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사업을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 은행 전문가들에게는 콘텐츠 사업 교육을, PGK와 연계해 프로듀서들에게는 재무교육을 실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결국 콘텐츠와 금융의 접점을 찾아 자금이 필요한 창작자들에게 합리적으로 지원하는 게 우리의 역할인 것 같다.” 제1금융권이라 대출 기준이 다소 까다롭긴 하나 제작사가 자금을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