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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50주년 타이틀에 걸맞게

<007 스카이폴>

<007 스카이폴>은 떠오르는 게 많은 영화다. 일단 하나만 꺼내자면, 내게는 ‘워커홀릭의 다이어리’ 같은 인상을 남겼다. 제임스 본드는 죽을 때까지 일만 할 팔자랄까(오래전의 내 점괘도 그랬다, 엉엉). 이것 말고도 더 많지만 무엇보다 ‘현장’을 중시하는 요원들의 태도나 “시간을 거슬러 간다”는 대사, 그리고 CG 따위 없는 풀 세트 촬영과 애스턴마틴 DB5에 이르기까지 ‘007 50주년 기념작’에 충실했다는 게 특히 인상적이다.

이런 노력은 음악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아델이 부른 <Skyfall>은 <제임스 본드의 테마>를 하모니와 코드 진행에 슬쩍 끼워넣고, 가상악기 대신 77명의 오케스트라가 참여했으며 유서 깊은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다. 아델의 고풍스러운 음색이 아름답게 흐르는 이 곡은 비록 오프닝에만 등장하지만, 그럼에도 구식영화처럼 천천히, 또한 우아한 영상과 꼭 맞아떨어져 기억을 재구성하게 만든다. <Rolling In The Deep> 등을 작곡한 폴 엡워스와 아델이 공동으로 작업한 이 주제곡은 특유의 팝 아트적인 오프닝과 공존하며 시작부터 온 감각을 사로잡는다. 모든 면에서 ‘트래디션’을 지키고자 애쓰는, 존경과 애정이 듬뿍 담긴 영화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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