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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패틴슨] 소녀들의 판타지를 버린 남자
장영엽 2012-11-12

로버트 패틴슨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끝나기를 애타게 기다려온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로버트 패틴슨일 거라 생각했다. 패틴슨은 프랜차이즈가 첫발을 내디딘 2008년 이래, ‘<트와일라잇> 스타’라는 수식어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구보다 더 고군분투해왔다. 지난 4년 동안 바쁜 스케줄을 쪼개 그가 출연해온 영화들을 떠올려보자. 진중한 시대극 <리틀 애쉬: 달리가 사랑한 그림>부터 거장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와 조우한 <코스모폴리스>까지, 로버트 패틴슨은 그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이라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법한 작품들로 필모그래피의 여백을 채워나갔다. 이러한 그의 행보엔 이유가 있어 보인다. 패틴슨에 대한 대중의 열광은 벨라 역의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향한 애정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인간 소녀에게 대다수의 소녀팬들이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싶어 하는 반면, 청초한 외모의 뱀파이어 에드워드에게 그녀들이 바라는 건 판타지다. 현실에는 없는 ‘착한 남자’의 이미지를 패틴슨에게 투영하고, 그 이미지가 영원히 지속되길 바라는 소녀팬들의 열망은 다양한 얼굴의 배우로 뻗어나가려는 로버트 패틴슨에게 어떤 의미에서는 넘어야 할 산처럼 다가왔을 것이다.

“에드워드는 완벽한 남자가 아니다”라고 로버트 패틴슨은 지난 4년간의 수많은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끊임없이 강조해왔다. 스테파니 메이어의 원작 소설을 읽을 때부터 뱀파이어 에드워드의 결함이 눈에 들어왔고, 그의 부족한 모습에서 이 시리즈의 드라마를 끌어올리겠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특히 패틴슨이 표현하고 싶었던 건 벨라에게 이끌리는 ‘본능’과 그녀의 앞길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침착함’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에드워드의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3편에서 가슴보단 머리의 지시를 따랐던 에드워드가 <브레이킹 던 part1>에서 벨라의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며 크게 변모한다. 필모그래피뿐만 아니라 시리즈 안에서도 캐릭터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던 패틴슨에게 두편으로 나뉘어 개봉하는 시리즈의 종장, <브레이킹 던>은 에드워드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이야기의 문을 닫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전례없는 인간-뱀파이어 아기의 출산 앞에서 <브레이킹 던 part1>의 에드워드가 벨라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끝없는 무력함을 느꼈다면, 뱀파이어가 된 아내와 사랑스러운 딸을 얻은 <브레이킹 던 part2>의 에드워드의 모습은 한층 편안한 모습으로 다가올 거라고 패틴슨은 말한다. “에드워드는 늘 자기 자신을 다잡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만큼은 그의 심장이 머리보다 빨리 움직인다. 벨라가 생각보다 뱀파이어 생활에 빨리 적응하면서, 더이상 에드워드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이전 시리즈에서 다른 종족으로서 서로의 다름에서 오는 호기심과 긴장감이 벨라와 에드워드 커플의 감정선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면, 이번 영화에선 함께 숲을 활강하며 동물을 사냥하고, 아이를 지키기 위해 다른 뱀파이어들의 힘을 모으는 동반자로서의 벨라-에드워드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겠다. 더불어 팬들에겐 한 소녀의 아버지가 된 로버트 패틴슨의 모습과 두달 반 동안 공들여 촬영했다는 대단원의 전투 신에서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그의 모습이 색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올 거다.

잘 알려진 것처럼, <브레이킹 던>의 제작진은 여덟달 동안 다양한 로케이션을 오가며 1, 2부를 동시에 촬영했다. 하루에도 1부와 2부의 장면들을 오가며 촬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을 만큼 복잡다단했던 촬영과정을 경험했기에 패틴슨은 “아직은 시리즈가 끝났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건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를 애타게 기다리는 소녀팬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거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비로소 평정심을 되찾은 에드워드의 모습을 극장에서 확인하기 전까지, 아직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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