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카메라들이 멈췄다. 브로드웨이의 쇼도 멈췄다. 지난 10월29일(현지시각) 미국 동부 지역을 휩쓴 허리케인 샌디 때문이다. 샌디는 미국의 주식시장, 보험업, 여행업뿐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할퀴고 지나갔다. 현재 샌디로 인한 사망자 수는 70여명, 재산 피해 규모는 최대 500억달러로 추정된다. 우선 미국의 주요 극장 체인들은 동부 해안에 위치한 극장 문을 닫았다. 10월 마지막주 월요일의 뉴욕시 박스오피스 성적도 처참했다. 이날 뉴욕에 있는 극장들이 벌어들인 수익은 3천달러 남짓. 일주일 전 뉴욕시의 박스오피스 수익은 50만달러였다. 전미극장소유주협회의 미디어•리서치 책임자 패트릭 코코란은 “피해상황은 얼마나 빨리 전력이 수급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영화를 상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작자들의 속도 타들어간다. 맨해튼 인근에서 촬영을 진행하던 <CBS> 드라마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와 <ABC> 드라마 <666 파크 애비뉴>는 후속편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라마운트에서 제작하고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이 연출하는 <노아>, 워너브러더스에서 제작하고 러셀 크로, 윌 스미스 등이 출연하는 <윈터스 테일>의 촬영도 중단됐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시민들의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뉴욕 거리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하는 것은 허락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연간 불야성을 이루던 브로드웨이에도 암막이 쳐졌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이 마비되면서 브로드웨이로의 접근이 쉽지 않아졌고, 공연을 무대에 올리지 못하게 된 극장들은 티켓 환불과 스탭 임금 지불로 재정난에 처했다. <더 북 오브 몰몬>과 같은 인기 뮤지컬을 올리는 극장보다 예술성과 흥행성을 두루 갖춘 작품을 주로 공연하는 오프 브로드웨이, 실험극을 주로 올리는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의 타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피해 복구의 손길은 바쁘지만 뉴욕이 언제쯤 예전의 활기를 되찾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