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국영화는 실로 위대했다고 하겠다. 1천만 영화가 2편이나 탄생했고, 2편을 제하고도 400만 이상 관객 영화는 6편이나 된다. 흔히 최소 흥행 성공치라고 부르는 100만 영화는 무려 25편이다. 2012년 10월31일까지 한국영화 관객은 9178만명으로 지난해 전체 한국영화 관객인 8286만명을 이미 넘어섰고, 사상 최초로 1억 관객(1969년의 1억7천만명이라는 비공인 기록이 있긴 하지만)을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이것을 무식하게 표현한다면 전 국민이 한국영화를 2편씩 봤다는 이야기이고, 현재까지 개봉한 119편의 한국영화가 평균적으로 77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였다는 말이다. 앞으로 2개월이 남았으니 과연 또 어떤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여기까지는 모두 흥행이라는 잣대로 판단했을 때의 이야기다. 물론 영화산업에 있어 흥행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좋은 영화를 만들더라도 관객이 봐주지 않으면 산업의 존립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숫자에만 현혹돼선 안된다. 올해의 한국영화 흥행 대행진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그 과정이 올발랐는지, 어떻게 해야 이같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고찰과 분석, 그리고 실천적인 결론과 대책이 꼭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이 호황이 스탭들에 대한 저비용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있다. 만약 이 사실이 입증된다면 이를 정상화하는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그동안 투자가 부진해 어쩔 수 없이 프리 프로덕션을 오랫동안 진행하던 프로젝트들이 우연히 올해 동시다발로 빛을 봤기 때문이라는 관점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프리 프로덕션을 강화하기 위해 제반 여건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별로 신뢰하지는 않지만, 대기업들이 그동안 갈고닦은 시스템이 한 단계 성장한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 시스템을 어떻게 더 보편화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확실한 것은 2012년의 대호황이라는 신기루가 공황에 가까웠던 2006년 대붕괴의 잔해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는 점이다. 그 말은 자칫하면 다시 불황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것은 마치 한국이 IMF 구제금융 사태를 극복한 과정과 비슷하다. 그 끔찍한 상황을 헤쳐나오면서 한국사회는 기반을 탄탄하게 굳히지 못해왔고 그 탓에 아직까지도 사회안전망이 지극히 허술하지 않은가. 한국 영화계도 6년 만의 회복과 흥행에 도취하기보다는 하부구조를 철저하게 점검하고 개선하는 일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현재의 호황이라는 조건은 이를 가능하게 해준다. 그동안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하며 이런저런 부실과 부조리를 덮어뒀다면 이제는 여유를 갖고 지난 길을 뒤돌아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특집기사는 이같은 논의를 시작하기 위한 서론에 불과하다. 김성훈, 송경원 기자가 몇주 동안 고생한 이 값진 결과물이 앞으로 이뤄질 한국영화의 호황 지속과 구조 개선에 관한 활발한 토론의 재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