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teen> 이시다 이라 지음 / 작가정신 펴냄
<6teen>(가제) 감독 이한 / 출연 미정 / 개봉 미정
아이들은 자란다. 안 보는 사이에도 자라고 있었다. <6teen>은 이시다 이라의 전작 <4teen>의 아이들의 2년 뒤 버전이다. 어디든 똘똘 뭉쳐다니는 이른바 절친 데쓰로, 준, 나오토, 다이는 열네살에서 열여섯살이 되었다. 그게 그거인 십대 같아 보이는 건 어디까지나 다 큰 어른의 기준일 뿐이다. 음악과 책을 좋아하는 데쓰로는 사랑과 섹스에 대해서 경험치를 갖게 됐고, 조로증에 걸려 남보다 빨리 나이가 먹는 나오토는 흰머리가 부쩍 더 많이 늘었다. 거구의 다이는 아버지의 죽음 뒤, 낮에는 가장으로 돈을 벌며 미혼모와 동거를 하는 어려운 선택을 했다. 모범생 준은 여자 때문에 나오토를 배신하며 우정에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친구의 삼각관계를 바라보며 데쓰로는 말한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해도 아무 생각없이 강변을 달리며 뛰놀던 초등학생 같던 우리가 이제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같은 상황에 몰리게 됐다”고.
여느 성장담의 주인공이 십대의 고민을 자신이 모두 끌어안고 있다면, 사실 데쓰로는 그 부분에선 좀 부담이 덜한 친구다. 그 역시 이성이나 공부, 진학 같은 십대의 고민에 매달려 있지만, 따지고 보면 자신이 직접적으로 겪는 심각한 문제는 없다. 대신 그와 관계를 맺는 친구들의 고민이 워낙 크고, 데쓰로는 그걸 들어주는 청자이자 중재자의 입장에 가깝다. 클라인펠터 증후군으로 남성과 여성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마사아키,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받고 휴대전화 소설을 쓰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사리나, 난치병으로 죽음을 앞둔 친구 유즈루는 각 챕터의 주요 인물이 되어 스토리를 형성한다. 저마다 열여섯이 아니라 마흔여섯이라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다란 고민을 가지고 있지만, 소설의 톤은 한없이 경쾌하고 긍정적이다. 이유는 등장인물의 마음가짐 때문이다. 일례로 휴대전화 소설을 쓰는 사리나는 자신이 소설을 쓴다고 어른들의 세계가 변하지 않을 거란 걸, 이혼소송 중인 아빠와 엄마가 재결합할 행운 같은건 없단 걸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다.
‘열여섯 고교생들은 다들 그림자가 희미한’ ‘어디에나 있지만 아무도 그 존재를 의식하지 않는’ 그래서 ‘애초에 학생복은 위장복 같은 것’이 되는 그런 나이다. 본인들이 아니고서는 결코 캐치하기 힘든 이 감정의 파고를 풀어낼 섬세한 연출이 관건이다. <완득이>의 이한 감독이 16살 데쓰로와 그 친구의 세계로 잠입한다. 다문화 가정에서 자라는 십대의 고민을 코믹과 감동의 터치로 풀어낸 전적으로 볼 때, 훌륭한 선택이다.
심각해지지 말라! 심각함과의 일대 결별이 필요하다. 데쓰로의 정리법에 따르면 하나의 나는 ‘가족에게는 착한 아들, 학교에선 튀지 않는 어른스런 학생, 친구들 사이에선 와일드한 소년, 그리고 웹에선 전혀 다른 인격의 소유자로 변하는 무한 분열의 존재다. <케빈은 열두살>류의 성장드라마의 따뜻한 유머를 끌어와도 좋다. 변화하는 나, 나에게 영향을 주는 친구와의 탁구게임 같은 관계정립을 경쾌한 에피소드로 배치한다면 열여섯뿐 아니라, 그 시기를 지나온 모든 이들이 당시를 즐겁게 추억할 영화가 될 수 있을 테다. 원작에서 네 친구의 본거지인 도쿄의 스미다 강변과 철판요릿집의 ‘서울화’ 작업도 궁금한 요소다. 가령, 복개천과 분식집의 결합 같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