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장사의 신>인 이 책은 이자카야 체인을 여럿 거느린 우노 다카시의 요식업 성공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다. 스탭들은 모두 그를 아버지라고 부르는데, 그의 원칙은 ‘사원은 모두 독립시킨다’라고 한다. <장사의 신>을 보면 그가 독립시킨 사원들의 신규 매점을 두고 메뉴니 하는 것들을 시시콜콜 같이 고민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사장님이 아닌 아버지라는 호칭에서 알 수 있듯이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장사 기술의 전수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책의 조언을 듣고 있자면 꼭 요식업을 하겠다고 작정한 사람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고 타인을 상대로 한 장사(어떤 의미에서는 잡지를 만들어 파는 일도 큰 의미에서 접객업 아닐까?)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이 알아두면 좋을 철학과 잔기술이 고루 들어 있다. 이런 충고 어떤가. “어떤 때라도 경영자나 점장이 절대 입에 담아선 안되는 건 ‘한가하다’는 말, 바로 이 한마디야. 이건 친구끼리라도 말해선 안돼.” 특이한 메뉴 이름 짓기에 대한 조언도 있다(홍대나 가로수길 같은 소위 ‘떴다’는 번화가의 주점에서 이미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냥 어묵이 아니라 ‘참 신기하죠, 여름인데도 인기있는 어묵’ 이런 식이다. 팔려고 작정을 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꽁치를 30마리 받았는데 주문하는 손님이 도통 없다면, 그걸 다 팔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손으로 쓴 메뉴에 ‘어제는 꽁치가 60마리나 나갔습니다’ 혹은 ‘오늘 직원들끼리 먹어보니 최고였습니다’ 같은 말을 적으라는 뜻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만화 <심야식당>의 식당이 이런 이자카야구나, 알게 된다.
예측 가능한 충고들과 더불어 뜻밖의 조언들도 만날 수 있는데, 이것은 일본이라 가능한 조언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인적이 드문 곳에 가게를 열어라’ 같은 경우가 그렇다. 요식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 그러니까 로케이션 아니겠는가. 그런데 우노 다카시는 “작은 동네라면 고만고만하게 맛있는 정도의 가게라도 ‘느낌 좋은 아저씨’가 있고 ‘서비스가 좋다’면 성공할 수 있거든”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그렇다. 일본의 한 지인은 100% 예약으로만 영업하는 작은 음식점을 하는데, 골목 안에 쑥 들어간 위치와 미리 예약을 하지 않은 손님은 받지 않는다는 철칙에도 불구하고 장수하는 가게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식당을 하는 지인들로부터 “노 쇼(No Show, 예약한 손님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뜻)다”라며 근심하는 말을 너무나 자주 듣곤 했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면 창업과 가게 성공에 도움이 될까는 알 수 없다. 창업은 단순히 철학의 유무로 흥망이 결정되는 게임이 아니다. 그것은 점점 자본의 전쟁이 되어가고 있고, 줏대있는 작은 가게의 내실있는 성공은 기껏해야 건물주의 탐욕이나 자극하기 십상이다. <골목 사장 분투기>가 많은 이들에게 눈물로 읽히는 이유는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