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위원장, 아니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김동호 원장을 만나기는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였다. 후학을 양성하랴, 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으로서 영화제 일정을 소화하랴, 그는 여전히 바빴다. 그래서 영화제 동안 부산에서 인터뷰하기로 한 계획은 무산됐다. 영화제가 반환점을 돈 10월9일 저녁 그와 가까스로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대학원과 부산국제영화제 때문에 매우 바쁘실 것 같습니다. =학교 수업과 영화제 기간이 겹쳤습니다. 바쁘네요.
-이명세, 곽경택, 윤제균, 김태용, 이춘연, 심재명, 오정완, 이유진 등 교수진이 화려합니다. =처음 원장직을 맡았을 때 경쟁력있는 현장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얼마 전 김기덕 감독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지만 그간 한국영화가 해외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지 못했잖아요. 물론 여러 상을 받긴 했습니다만. 많은 감독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하려고 했지만 박찬욱, 김지운 감독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없습니다. 한국영화의 대외 경쟁력이 미학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1% 정도의 함량이 부족했습니다. 미국이나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도 부족했고요. 그건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의 힘이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다보니 그것에 걸맞은 교수진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그것이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감독, 프로듀서, 시나리오작가들이었습니다.
-커리큘럼을 구성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론 교육보다 현장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워크숍 중심의 융합 교육이 필요했습니다. 한국의 영화교육에서 미흡한 부분 중 하나가 프로듀서와 스크린라이팅 교육입니다. 그래서 프로듀싱 트랙과 스크린라이팅 트랙을 디렉팅 트랙과 함께 구성했습니다. 세 분야의 교육 과정을 두었고, 각각의 분야가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짰습니다.
-이 밖에 한국영화아카데미, 영상원 등 다른 영화교육기관이나 대학원과의 차이점이 또 있나요. =디렉팅, 프로듀싱, 스크린라이팅 세 트랙의 합동 교육이 많습니다. 다른 대학원의 경우 일주일에 이틀 정도 등교하면 되지만 저희 대학원은 토요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수업이 있어요. 교수와 함께 영화를 보고, 토론을 하고. 우리는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할까 대화도 하고. 2년의 교육 기간 동안 학생들은 팀을 짜서 장편영화 한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게 주로 단편 작업을 하는 다른 대학원과의 차이점입니다.
-산학협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실 학교 지원금만 가지고는 장편영화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롯데시네마, CJ E&M 같은 투자배급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롯데시네마는 학생들의 졸업작품인 장편상업영화 제작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기로 했고, CJ E&M은 현장실무형 인재 양성을 위한 공동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학생들이 만든 장편영화가 일반 극장에 배급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미국의 USC와 채프먼대학교 그리고 남가주대학교와 함께 영화 교육 및 연구에 대한 상호 교류 및 영화공동제작에 대한 협약도 체결했습니다.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이 2학기째 접어들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학생들이 만든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되거나, 일반 극장에 배급되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졸업한 뒤 그들이 현장에 투입되어 좋은 영화감독, 프로듀서, 시나리오작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원장으로서의 저의 계획이자 목표입니다.
-얼마 전 첫 연출작 <주리>를 만드셨습니다. 촬영하는 동안 학생 같은 기분이셨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배우와 스탭, 감독들도 물론이지만 저희 학생들도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제작하는 내내 학생들에게 프로듀서, 감독으로서의 역할이 무엇인지 직접 경험하면서 배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주리> 다음으로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기회가 된다면 다음 작품을 만들 생각이 있습니다. 꼭 만들고 싶네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