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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토리얼] 부산영화제, 그 먹먹한 감동
문석 2012-10-15

열일곱 번째 부산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언제나처럼 국내외 스타들과 수많은 영화와 영화인,그리고 관객으로 넘실거렸던 축제가 끝난 것이다. 이번 부산영화제는 영화의 전당을 중심으로하는 사실상 첫 행사였지만 비교적 단단한 시스템으로 안정적으로 치러졌고 지금 이 글을 쓰는시점(10월11일)까지 큰 사고가 나지 않아 다행스럽다. 남포동 시대의 활력에 대한 그리움과 포토 저널 위주의 행사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영화제의 진정한 주인인 관객에게 보다 큰 즐거움과 흥분감을 안겨주는 문제는 부산영화제 또한 장기적 차원으로 고민하고 있을 터이니 걱정하지 않는다. 보다 큰 문제는 프로그램일 터. 그동안 부산이 세계와 한국영화, 아시아영화를 잇는 포털 역할을 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 들어서는 이런 부분이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년에는 이번 부산영화제를 통해 소개된 영화들이 세계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를 기대한다.서울에서의 일정으로 부산에는 초반 반절밖에 머물지 못해 많은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올 영화제의 가장 큰 성과는 양영희 감독의 <가족의 나라>였다. 이미 베를린영화제와 일본 개봉 당시 화제를 모았던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애초에는 양 감독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과 <굿바이, 평양>이 있는 마당에 뭐 별다른 얘기가 있겠나 싶었더랬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두편의 다큐와는 같으면서도 매우 달랐다. 그 다큐들이 보이는 사실, 그러니까 북송사업으로 북한에서 살게 된 오빠들과 북한사회의 모습, 그리고 양영희 감독이 그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기록’이라면, <가족의 나라>는 병 치료 때문에 도쿄를 잠시 방문한 북한의 오빠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내면 ‘묘사’라 할 수 있다. 그 묘사는 지극히 디테일한 것이어서 대단한 이야기의 굴곡이 없는데도 긴장감이 생기며, 그 묘사는 지독하게 정제된 감성으로 이뤄져 있어 표정 하나, 몸짓 하나로도 보는 이의 눈물을 자아낸다. 영화의 후반부, 극장은 그야말로 눈물바다가 됐다. 심지어 영화가 끝난 뒤 무대인사를 하던 양익준 감독(그는 이 영화에서 오빠를 감시하는 북한요원으로 출연한다)은 말 한마디도 꺼내지 못한 채 한동안 눈물만 쏟아냈다. 그 슬픔은 신파적인 것과는 아주 다르다. 양영희 감독은 역사와 사회라는 거대 담론이 가족이라는 아주 작지만 단단한 감정의 공동체와 충돌할 때 빚어지는 무언가를 매우 성공적으로 포착해낸다. 이 영화는 조만간 개봉할 예정이라니 더 상세한 이야기는 그때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의 나라> 이야기를 꺼내니 다시 울컥하는 감정이 치솟는다. 그렇듯 각자의 부산에 대한 기억은 다를 것이다. 그 기억을 다시 간직하기 위해, 또는 부산을 찾지 못한 이들을 위해 이번주 특집기사를 준비했다.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과의 대화를 보며 각자의 부산에서의 추억을, 또는 부산에 대한 상상을 떠올려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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