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틱톡. 지난여름 베를린의 어느 동네를 걷던 중 어디선가 공 소리가 들려왔다. 축구 게임이라도 벌어졌나 싶어 가봤더니 ‘닭장’(사방이 철창으로 둘러싸인 동네 풋살 경기장.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다)에는 꼬마 둘뿐이었다. 둘은 1:1 대결이나 공을 주고받는 패스 게임을 하고 있지 않았다. 나란히 선 채 벽을 상대로 공을 차고 있었다. 한참을 지켜봤는데 그 놀이에는 나름 몇 가지 규칙이 있었다. 공을 한번만 터치해야 할 것. 공이 바닥에 닿지 않아야 할 것 등. 어른에게도 쉽지 않은 게임이었는데 둘의 호흡은 바르샤의 미드필드 이니에스타와 사비 못지않았다. <나는 축구선수다>에서 소개한 축구스타 반 페르시(맞다. 올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그 잘나신 아스널의 주장 말이다)의 어린 시절을 따라가다 보니 베를린에서 만난 두 꼬마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의 반 페르시 역시 위의 두 꼬마처럼 닭장에서 보냈다고 한다. 친구와 둘뿐이었을 때 그는 ‘골 투 골’이라는 특별한 게임을 했단다. 골 투 골은 각자의 골문 앞에 서서 상대방의 골문안에 공을 차넣는 게임인데, 자신의 골문으로부터 2m 이상 떨어져서는 안된다는 규칙이 있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슛이 강할수록 유리한 게임이다. 반 페르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매일 강슛을 연습한 셈”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반 페르시를 비롯해 뱅상 콤파니, 리오넬 메시, 프랑크 리베리, 파비오 칸나바로 등 이 책에 소개된 40명의 축구스타들은 나고 자란 동네만 다를 뿐 즐기면서 축구에 대한 애정을 쌓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실력을 키운 건 비슷했다. 나폴리 출신인 파비오 칸나바로가 나폴리 소속이었던 마라도나를 보며 꿈을 키운 일화며, 로시츠키가 형과 ‘1+1 패키지’로 체코 최고의 클럽 스파르타 프라하에 입단한 일화며, 골키퍼를 기피하는 친구들과 달리 언제나 골키퍼를 자청했던 카시야스의 일화 등 그들의 재미있는 어린 시절 이야기는 축구팬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술술 읽힐 것이다. 축구팬에게 이 책은 주말 밤 EPL, 분데스리가, 라 리가 중계 때 옆에 두고 참고할 만하다. 이 책의 옮긴이는 7년 전 <유럽축구기행>을 쓴 서형욱 MBC 축구해설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