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의 사전적 정의에 회의를 가져왔던 원빈의 <아저씨>에 이어 극강 비주얼의 회사원이 등장했다. <회사원>은 직장생활의 고충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고 살인청부업자들의 어두운 세계를 그리기 위한 이야기도 아니다. 오직 소지섭의 쭉 뻗은 팔다리가 만들어낼 상쾌한 액션의 전시에 헌신하는 영화다. 평범한 금속 제조업체로 위장한 살인청부회사의 영업2부 과장 지형도(소지섭)에게 회사는 인생의 전부다. 10년을 회사에 헌신하며 살인청부업자로 지내온 그는 특유의 냉정함으로 실수 한번 하지 않는 우수사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어린 시절을 연상시키는 알바생 훈(김동준)의 처리를 맡으며 일생 처음 회사의 명령을 어기고 이후 훈의 어머니(이미연)를 만나며 회사생활에 대한 회의는 더욱 짙어진다. 형도를 탐탁지 않게 여기던 기획이사 종태(곽도원)는 그를 감시하고 회사의 명령을 어긴 형도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기 위한 전쟁을 시작한다.
회사원이라는 보편적이고 익숙한 명칭에 살인청부업이라는 액션 소재를 더하고 그 위에 소지섭이라는 빛나는 비주얼을 결합했다. <테이큰> <아저씨>를 통해 익히 보아왔던 이러한 구도는 이제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다. 남자주인공의 원톱 질주 액션을 위한 세팅의 핵심은 왜 싸우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싸우는가에 있다. 액션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다. 혁신과 새로움을 찾기엔 미흡하지만 액션의 완성도는 <테이큰> 등과 비교했을 때도 그리 빠지지 않는다. 이 정도 외모면 굳이 회사를 다닐 필요가 있나 싶을 만큼 매 장면 화보를 연출하는 회사원 소지섭의 존재는 그 자체로 이 영화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문제는 드라마다. 애초에 진폭에 매달리는 이야기가 아니기에 최소한의 드라마만 있으면 족하지만 그런 만큼 당연하고 강력한 동기가 필수다. 그러나 <회사원>이 지형도의 폭주를 위해 준비한 설정은 안일하고 허술해 필요한 추진력을 채우기엔 모자라다. 그저 식상함이라면 차라리 나으련만 종종 필요한 행동의 이유가 생략되어 있어 내달린다기보다는 헤매는 쪽에 가깝다. 반면 회사생활에 빗댄 우화는 제법 설득력이 있다. 현장을 모르는 낙하산 부장, 오직 가족을 위해 일에만 매달려온 가장들의 회의, 밥벌이라는 미명하에 어떤 일이든 참고 삭이며 받아들이는 모습은 직장인의 초상을 잘 보여주며 간간이 터지는 기발한 웃음과 공감대도 대부분 여기에 있다. 요약하면 살인청부업자도 결국 회사원이라는 이야기. 여타 영화들이 낯선 세계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데 반해 <회사원>은 살인청부업을 부차적인 것으로, 익숙한 회사생활을 주된 서사로 보이도록 만든다. 그만큼 액션의 활력이 죽고 직장생활을 빗댄 농담과 우화가 눈에 띈다. 나름 참신한 시도였지만 결과적으론 애매해진 감이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