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수도 수립 100주년을 맞은 델리가 국제영화제 개최를 공식 발표했다. 12월21일 개막해 일주일간 열리게 될 행사의 공식 명칭은 델리국제필름페스티벌(Delhi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이하 DIFF)로 70개국에서 초청된 150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다.
DIFF가 인도의 여타 국제영화제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내놓은 시도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국내외 차세대 영화인들에게 생애 첫 쇼케이스의 장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학생영화, 단편영화, 모바일영화 부문에 영화제 일정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는 한편, 재외거주 신인 인도 감독들만 출품할 수 있는 ‘NRI(Non-resident Indian) 시네마’ 부문을 신설한 점은 벌써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DIFF 개최 발표만큼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슈는 델리시 당국과 일부 영화인들이 주창하고 있는 ‘델리=인도 영화산업의 새로운 허브’에 관한 논의다. 논의의 골자가 언론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지난 8월 초 오시안스 시네판영화제의 부대행사로 열렸던 ‘차세대 영화도시 델리: 도전과 기회’라는 제하의 세미나 직후였다. 당시 델리시의 패널들은 DIFF가 영화뿐만 아니라 델리의 유서 깊은 역사와 문화유산까지 쇼케이스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협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와 함께 델리가 인도 영화산업의 새로운 허브가 될 수 있도록 장기적 차원의 행정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DIFF 설립을 지지했던 영화인들 역시 델리가 보유한 경제•기술적 인프라 자원의 풍족함과 거의 모든 발리우드영화가 힌디어로 촬영된다는 점을 거론하며, 수도이자 힌디어 사용권 중심지인 델리가 인도 영화산업의 새로운 얼굴이 되는 데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반대 입장에 서 있는 영화인들은 영화산업의 핵심은 장기간 축적된 노하우와 조직력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델리가 영화를 특화한 문화도시로서 뭄바이의 보조 역을 맡는 것이 인도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가장 현명한 길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DIFF가 견실한 국제영화제로 안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델리를 기반으로 한 주요 언론사들까지 ‘델리우드’란 단어를 공공연히 사용하기 시작함에 따라 뭄바이 지역과의 감정싸움이 격화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다.
신예에게 더 많은 기회를
DIFF 자문위원 티그만슈 둘리아 감독과 배우 아후자 쉬네이
-DIFF 설립에 대해 어떤 감회를 가지고 있나. =티그만슈 둘리아_해외의 유수 영화제들은 차치하고 인도만 보더라도 뭄바이, 고아, 콜카타, 트리반드럼 등에서는 이미 국제영화제들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수도인 델리가 그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점이 늘 아쉬웠다. 늦은 감이 있지만 DIFF를 통해 델리가 국제영화제 개최도시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인도에서 스크린으로는 접하기 쉽지 않았던 해외 화제작들을 대거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DIFF는 올겨울 인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화행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DIFF가 어떤 영화제가 됐으면 하나. =아후자 쉬네이_DIFF가 신예 영화인들에게 쇼케이스의 기회와 더불어 예술적 자극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나 역시 젊은 시절 여러 영화제에 초청되면서 대중적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고 점차 더 큰 규모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젊은 영화인들에게 자신의 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은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