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 김영진, 감독 오영두, 배우 영건, <씨네21> 기자 이화정(왼쪽부터)
딱 1년 만이다. 영화 <에일리언 비키니>로 CGV 무비꼴라쥬 시네마톡을 찾았던 오영두 감독과 배우 영건이 <영건 탐정사무소>를 들고 시네마톡의 문을 두드렸다. 1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배우 홍영근은 극중 이름인 영건으로 개명까지 하며 더욱 격렬한 액션을 선보였고, 작품 역시 전작 <에일리언 비키니>에 비해 스케일이 대폭 커졌다. 1년간의 변화는 감독 오영두와 배우 영건이 소속된 영화창작집단 키노망고스틴의 ‘진화’라 보기에도 충분했다. 9월7일 CGV대학로에선 이들의 진화를 직접 목격하러 온 관객, 오영두 감독, 배우 영건 그리고 영화평론가 김영진과 <씨네21> 이화정 기자가 시네마톡의 문을 활짝 열었다. 오영두 감독과 배우 영건이 꺼내놓은 1년 만의 결실에 대해 김영진 평론가가 먼저 입을 열었다. “키노망고스틴 영화의 규모가 점점 커져가는 것 같다. 한편으론 옛날이 그립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점에서 상반되는 느낌을 동시에 받았다. 훨씬 더 정돈되어 있지만 예전의 아슬아슬함은 사라졌다는 것이 바로 그런 느낌인 것 같다.” <씨네21>의 이화정 기자도 “지금까지 연출한 작품에 비하면 이번 작품은 블록버스터 아니냐”며 오영두 감독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에 오영두 감독은 “한정된 공간이 아닌 밖으로 나가 촬영을 진행하면서 규모는 커졌지만 예산은 여전히 적다”며 쑥스러운 듯 웃음을 지어 보였다.
<영건 탐정사무소>는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심사위원이었던 하야시 가이조 감독의 적극 지원으로 탄생하게 된 영화다. 지지난해 <에일리언 비키니>로 제21회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독립영화 경쟁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하야시 가이조 감독과 인연을 맺은 오영두 감독은 “탐정영화를 찍으면 제작비를 지원해주겠다”고 말한 하야시 가이조 감독의 말에 <영건 탐정사무소>를 찍게 됐다. 그러나 <영건 탐정사무소>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탐정영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탁월한 추리력보다 액션에 능한 탐정 영건과 팜므파탈보다는 귀여운 조력자가 어울리는 여자주인공 송현의 캐릭터부터 예상을 빗나간다. 여기에 타임머신이라는 소재가 주어지면서 영화는 SF, 액션 등 다양한 장르를 두루 넘나든다. 배우 영건은 “탐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싹 지웠다. 내 얼굴부터 탐정의 비주얼과는 거리가 멀어서 레인코트가 아닌 꽃남방을 입었다”며 독특한 탐정 영건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다. 의뢰인 송현으로 <영건 탐정사무소>에 뛰어든 배우 최송현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오영두 감독은 “밝고 재밌는 실제 최송현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항상 우리끼리만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번 영화로 최송현 효과도 기대한다”며 최송현의 활약에 주목해줄 것을 당부했다.
키노망고스틴 영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였던 김영진 평론가의 마지막 평으로 이날의 시네마톡은 끝을 맺었다. 김영진 평론가는 “키노망고스틴의 영화를 맨 처음 공식 지면에 쓴 사람이 나다. 이번 영화는 영건이라는 캐릭터가 정말 재밌었다. 무엇에도 굴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영건 같은 캐릭터를 계속 발전시킬 수 있을 것 같다”며 애정어린 응원을 보냈다. 작품 속 영건처럼 항상 발로 뛰고 구르며 영화를 만들었던 키노망고스틴, 1년 뒤 그들의 행보가 다시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