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두려움을 지워내지 못한 얼굴로 한 청년이 상대방의 이마에 총을 겨누고 있다. 화면이 암전되고 남은 것은 한발의 총성뿐. 영화는 3일 전의 어느 날로 되돌아간다. 가난한 전기수리공 빈스(샘 라일리)는 일하던 중에 집주인이 들고 온 우편물이 악마의 초대장임을 알게 된다. 병들어 입원 중인 아버지, 병원비를 대기 위해 내놓은 집, 어린 여동생을 떠올린 빈스는 별수 없이 악마의 초대에 응하고 만다. 죽음의 파티가 열리는 어딘가에서 빈스는 13번을 배정받고 러시안룰렛 토너먼트에 참가한다.
<익스트림 No.13>은 겔라 바브루아니 감독이 직접 연출한 <13 자메티>의 리메이크작이다. 아쉽게도 <13 자메티>에서 흑백 콘트라스트가 자아냈던 절제된 공허함이 <익스트림 No.13>에서는 다소 심심하고 가벼워졌다. 할리우드로 옮겨오면서 <익스트림 No.13>은 세련된 디테일을 무기로 삼은 듯하다. <13 자메티>의 무성영화적인 유장함을 덜어낸 대신 <익스트림 No.13>은 장면과 대사를 추가하고,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를 얹었다. 제이슨 스타뎀, 미키 루크,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레이 윈스턴 등의 걸출한 배우들은 대사도 몇 마디 읊지 않고 이내 사라지지만 잠깐의 등장만으로도 영화 전체에 충분한 무게를 싣는다. 샘 라일리는 <13 자메티>에서 같은 역을 연기한 게오르그 바브루아니 못지않게 성공적으로 비극적 정조를 얼굴에 담아낸다. 훌륭한 오리지널을 둔 이 리메이크작에 대해선 분명 아쉬움이 남지만 충분히 납득 가능한 방향으로의 변화를 선택했다고밖에는 첨언할 수 없을 듯하다. 어쨌든 혼을 빼앗겨버린 빈스의 얼굴을 마주하는 악마의 박수갈채는 두 영화에서 모두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