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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더리나게 폭력적인, 하지만 예기치 않게 감동적인

<피에타>에 대한 해외 언론 반응

베니스영화제를 찾은 김기덕 감독과 조민수

한동안 베니스를 떠나 있던 알베르토 바르베라가 돌아와 올해부터 영화제의 새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그가 바로 당시 무명이었던 김기덕 감독의 <섬>(2000)을 베니스로 초청했던 장본인이다. 올해 <피에타>의 베니스 입성은 그렇게 시작부터 뭔가 분위기가 좋았다. 이내 <피에타>는 영화제 상영 직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9월3일 언론을 상대로 한 시사회장에서 기립박수 10분이 터져나왔다는 뉴스도 날아들었다. 실제로 베니스영화제 언론 시사회장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도 “다른 일정 때문에 영화제 중간에 떠나게 되어 시상식까지 보진 못했지만 <피에타>에 대한 반응은 영화 상영 직후부터 아주 뜨거웠다”고 전해준다. 이탈리아 현지 평론가들이 참여하여 별점을 매기는 영화제 공식 데일리 <베네치아 뉴스>에서도 <피에타>는 별점 다섯개 만점에 네개 반을 얻으며 선전했다. 마침내 폐막 당일, 대상인 황금사자상으로 <피에타>와 감독 김기덕의 이름이 불렸다. 수상을 하면 <애국가>를 부르겠다고 약속하고 베니스로 향했던 김기덕 감독은 <애국가> 대신 <아리랑>을 불렀고 주연배우 조민수는 옆에서 눈물을 흘렸다.

일찌감치 수상 분위기였다. 폐막이 다가오자 외신들은 <피에타>와 미국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의 <더 마스터>의 양대 구도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프랑스 통신사 <AFP>는 9월6일자 기사에서 이탈리아 현지의 유력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의 기사를 인용해 “복수와 연민으로 찢겨진 캐릭터들의 극단적인 이야기로 관객을 정복하여 산사태와 같은 박수를 얻어냈다”며 <피에타>가 현지에서 높은 관심을 받는 작품이라고 주목했다. <로이터>는 폐막 하루 전인 7일자 기사에서 “미국과 한국영화가 수상 경쟁”이라는 제하에 “<피에타>가 대상을 가져가게 된다면 김기덕은 인기있는 승자가 될 것이다. 잔인한 장면 때문에 보는 게 힘들다 해도, 이 영화는 잔혹하지만 궁핍한 젊은 남자와 자신이 그의 엄마라고 주장하는 미스터리한 중년 여인 사이의 관계에 대한 무척이나 흥미로운 연구다”라고 적었다. 결과적으로 <피에타>가 황금사자상을, <더 마스터>가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가져갔다.

<피에타> 상영 뒤 나온 리뷰들이 전부 호평 일색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미국의 인디영화 전문지 <인디와이어>는 리뷰에서 <피에타>에 C플러스를 주었다. 하지만 영화제 상영작에 관련한 즉각적인 리뷰를 써내곤 하는 3개의 주요 산업지 <버라이어티> <할리우드 리포터> <스크린 인터내셔널> 등은 주로 호평을 실었다. “불쾌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도시 환경 그리고 복수, 희생, 구원이라는 주제와 통찰력있게 맞물려 있는 이 영화는, 한국의 가장 창의적이고 재능있는 감독 중 한명으로 김기덕의 명성을 드높였던 <나쁜 남자> <사마리아>와 같은 영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극적 아이러니라는 그 지독한 정확성 때문에 (오히려)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게 되는 바로 그 순간에도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진실한 감정의 일격을 가한다”(<버라이어티>), “지난해 영화 <아리랑>에서부터 <아멘>까지 연장됐던 창조력 급감에서 빠져나온 김기덕은, 극렬한 그래서 처음 한 시간 동안은 넌더리가 날 정도로 폭력적인, 하지만 예기치 않게 감동적인 심리학적 연구로 연이어 나아가는 영화 <피에타>의 전투적 형식으로 돌아왔다”(<할리우드 리포터>), “양가적이지만 무척 힘있는 엔딩은 불가피한 고통의 쓰디쓴 여운을 남긴다. 동시에 우리 전부를 변태적으로 만드는 궁극의 악으로서 돈을 비난하는 맹렬한 반자본주의적 선언을 구성해낸다”(<스크린 인터내셔널>). 이들 매체가 특히 주목한 건 감독이 명시한 주제와 강력한 분위기와 라스트 신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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