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계 베테랑 형사 임(임달화)은 뛰어난 수사 능력을 갖췄지만 정작 아내의 자살사건을 풀지 못해 괴로워한다. 그러다 성대한 은퇴 연주회를 앞둔 유명 피아니스트 서한림(왕민덕)이 참혹한 사체로 발견되고, 이 사건을 맡은 그는 21년 전 벌어진 살인사건과의 연관성을 추적한다. 과거 서한림의 딸 서의설을 강간하고 살해했던 왕원양(장가휘)이 마침 비슷한 시기에 가석방 중이었던 것. 하지만 왕원양은 형사들의 끈질긴 추격에도 매번 교묘히 빠져나가고, 죽은 서한림의 또 다른 딸이자 서의설의 동생인 서설(문영산)에게 스토커처럼 다가간다. 왕원양이 범인이라는 증거가 하나둘 드러나면서 임은 끔찍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왕원양이 교도소 샤워실에서 다른 재소자들과 싸우는 강도 높은 오프닝부터 <나이트폴>은 보는 이의 감각을 시험한다. 마치 이보다 더한 장면들을 앞으로 견뎌낼 수 있겠냐는 듯. 하지만 영화는 예상과 달리 임 형사와 왕원양의 내면, 그리고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게 과연 중요한 일일까’라는 도발적인 질문으로 나아간다. ‘말 못할 비밀을 숨기고 살아가는 경찰’이라는 설정은 유위강의 <상성: 상처받은 도시>(2008), 옥사이드 팡의 <B+탐정>(2010), 임초현의 <화룡대결>(2010) 등 최근 홍콩 영화계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다. 그래서 아마도 승부수는 이야기나 액션 그 자체보다 <상성…>의 양조위와 금성무, <B+탐정>의 곽부성, <화룡대결>의 여명과 임현제처럼 ‘이름값’의 대결이라 할 수 있다. 이미 팡호청의 <엑소더스>(2007)에서 비슷한 관계로 만난 임달화와 장가휘의 노련미가 그들 중 앞서 있다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