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이슬람영화 한편이 중동에 불을 지폈다. 이스라엘 출신의 유대계 미국인 샘 베이실이 만든 <이노센스 오브 모슬렘>이다.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 14분짜리 트레일러는 예언자 무하마드를 사기꾼, 난봉꾼, 학살자로 묘사했다. 감독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슬람은 암적 존재”라는 표현도 썼다. 동영상을 접한 이슬람 세력은 과격한 대응을 펼치고 있다. 리비아에서 일어난 시위는 미 대사 크리스토퍼 스티븐스의 목숨까지 앗아갔다. 시위대의 공격 소식을 듣고 벵가지의 영사관을 찾았던 그는 직원들의 대피를 돕던 중 사망했다. 이에 친중동 노선을 펼쳐왔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우리 국민을 공격한 살인자를 단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세계 미국 공관의 경비를 강화하겠다”는 백악관의 방침에 따라 리비아에는 미 해병대가 파병됐다. 한편 9월13일 오전에는 이집트 미국 대사관에서도 경비 경찰들과 수백명의 시위대가 충돌했다. 현지 언론 <알 아흐람>에 따르면 이집트 당국은 사태 수습을 위해 아랍어 더빙판을 유포한 자국민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문제의 영화에 관한 진실은 아직 미궁 속이다. 베이실의 정체조차 불확실하다. <AP>와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을 “캘리포니아에 사는 부동산 개발업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부동산업자 협회에 같은 이름으로 등록된 사람은 없다. 3개월 전 미국에서 개봉했던 영화라면서 미국감독조합에도 흔적이 없다. 이스라엘 관료들도 그의 시민권 기록을 찾지 못했으며, 영화에 자문가로 참여했던 과격 기독교인 스티브 글라인도 그가 유대계나 이스라엘인은 아닐 것이라고 확신했다. 기부금 500만달러를 모아준 100명도 유대인이 아닌 시리아, 터키, 파키스탄, 이집트 출신의 콥트인이라는 추측이다. 정작 베이실은 잠적한 상태다. 한편 <CNN>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스티븐스의 죽음이 벵가지에서 살해당한 아부 야햐 알리비의 복수를 갚기 위한 알 카에다의 계획적 테러이며, 베이실의 영화와는 무관하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사태의 전모가 밝혀지기까지 아랍의 가을은 잔인할 전망이다.